살며 생각하며 1

똥통정수기/ 정화조

커피앤레인 2006. 2. 8.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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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엽록색 잎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봄은 이미 저만치 우리 가까이 다가와 있나보다.

 

포크레인 소리와 함께

덤프 트럭이 쉴새 없이 오가며 흙을 나르고 있다.

-신씨 오비끼 좀 가져와요 ......

도목수가 고래고래 고함을 친다

 

공사현장은 아침이면 언제나 씨끌벅적하다.

생기도 나고 살아있는 기운이 어느 곳보다 더 꿈틀거려 좋다.

그는 이러한 생동감 때문에 노가다하고 노는 것을 즐기지만 반대로 아침은 긴장의 연속이기도하다.

하루 공정에 따라 인건비와 자재비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늘 고삐를 죄며 일을 다그친다.

 

-오전에 정화조 부터 묻기로 했습니더

김목수는 작업일정을 보고하며 그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그래요 ....? 윤씨는 왔습니까?

-네 저 위에서 철근 자르는 것을 감독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 오전엔 정화조 부터 묻고 그일이 끝나면 오후엔 자갈과 버림 콘크리트 부터 칩시다

-알았습니더

 

김목수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자 신씨가 어느새 달려왔는지

-사장님 커피 한잔 하실렵니까 하고 인사를 했다.

-좋죠 .....

김목수도 주고 일꾼들도 다들 한잔하고 시작하자고 하십시오  

-네 알았습니더

신씨는 커피를 타라면 신바람이 난 사람처럼 손살같이 뛰어간다.

 

 

-언제 오셨습네까 ?

윤씨는 철근을 내려놓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는 원래 고향이 함경도 이었는데 1,4 후퇴때 피난을 왔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현장에서는 그를 종종 함경도 아비이로 통했다.

 

-조금전에 도착했습니다. 별일 없으시죠 ?

-저야 뭐 사장님 염려 덕분에 늘 잘 있읍네다만 사장님도 올만에 보니 얼굴이 많이 좋으지셨네요 하고 덕담을 건넸다.

-그래요?

 

그는 그런말이 의례것 하는 공치사인줄 알지만 그래도 얼굴을 한번 슬쩍 쓰다듬은 후

-그래 철근공은 몇이나 왔습니까 하고 되물었다.

-저하고 5명이 왔습니다

-그래요....아무튼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잘 좀 부탁합니다.

-염려 마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네다

 

그는 언제나 봐도 책임감이 강하고 믿음직스럽다.

이미 십수년을 그와 같이 일한 경험때문인지  누구보다도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신씨가 합판 쪼가리에 커피잔을 담아왔다.

그는 커피잔을 일일이  일꾼들에게 나누어 주며 뭔가 큰소리로 떠들어 댔다.

신씨가 현장에서 큰 소리 칠 때는 이 때가 유일한 시간이다.

그는 천천히 자판기 커피를 한모금 마시었다.

그리고 윤씨와 철근공사에 대하여 잠시 이야기를 나눈 다음 이내 포크레인을 불러 합병정화조에 대하여 이것 저것 지시를 내렸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그런지 정화조문제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때문에 그도 이점이 늘 신경이 쓰였다.

 

대개의 경우 단독주택일때는 포키식 일반 정화조를 사용하지만

 강이나 해변을 끼고 있는 곳은 반드시 합병정화조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에 합병정화조를 묻을 땐 거기에 걸맞게 땅을 파야했다.

그는 자주  정확한 치수를 사전에 주지 시키려고 애를 썼는데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통칭 일반정화조는 둥근 원통에 배설물을 물과 함께 담아두었다가 일정한 양이 차면 자연적으로 오수관을 통하여 물만 밖으로 내보내었다.

하지만  합병정화조는 침전조와 부패조와 여과조가 있어 원하던 원치않던지 3단계의 과정을 반드시 거친 후  오수만을 밖으로 내 보내기 때문에 ppm이 획기적으로 낮았다.

쉽게 표현하면 합병정화조는 똥통 정수기 같은 역활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 합병정화조가 생겼을 때만해도 그 값이 천정부지였다.

2m 높이에 6-7m 길이의 긴 원통하나를 묻으려면 적어도 2천만원은 충분히 홋가했다.

그나마 지금은 보급이 많이 되어서 그런지 3-5백만원이면 가능하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환경을 아끼고 살리자는데 누가 반대하랴...........마는  값이 워낙 고가이다보니 여기저기서 불평이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어쩌랴 ................

(관의 지침이 그러면 울며 겨자먹기 식이라도 건축주나 건축업자는 따를 수 밖에. 없는 법인걸 )

 

아마도 처음에 합병정화조를 설치한 이들은 이때만큼 똥통 값이 상한가를 치른 경우도 처음 보았을 것이다.

 

이젠 정화조도 단순히 똥통의 시대를 지나 과학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사건이었다.

하긴 음지에서 오래동안 괄시만 받고 천대를 받던 똥통이 이 때 처럼 큰소릴 치며 의기양양하기도 처음 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 ...이 미련한 인긴들아 ...니네들이 아무리 잘났다 해도 똥통이 없으면 어쩔건데 ......)

(하긴 ..........................................그래서 지금 울며 겨자먹는거다  뭐 )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의 선조들은 옛부터 똥통을 귀하게 생각했는가 보다.

무식한 사람들처럼 똥통이라고 천시하지 않고 해우소 (근심을 푸는 장소 ) / 변소 (편리한 장소 )/ 뒷간 / 또는 정낭이라는 이쁜 이름을 붙여줬다.

 

뿐만아니라 뒷간에도 귀신이 있다고 하여 어느 면에서는 인격적인 대우까지도  했다.(맞는지 몰라 ㅋ?)

 

아무튼 포크레인 소리가 잦아들면서 이내 도목수가 수신호를 보내왔다.

정화조가 무사히 제자리를 앉았나보다.

 

(제발 여기서 배설하는 분들은

 변비도 안걸리고 요실금도 없고 전립선 비대증에 걸려 끙끙 안거렸으면 ...............................하고

 한바탕 굿판이라도 벌릴만 한데

그도 이 바닥에선 잔뼈가 꽤 굵었지만 정화조를 묻으면서 제사를 지냈다는 소린 아직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이제 자갈을 깔고 버림 콘크리트를 치면 오늘 공사는 거의 마무리 될 것 같다.

 

커피는 이미 식을 대로 식어버린지 오래다.

그래도 그는 식은 커피를 한모금 깊숙히 들이 마셨다.

아 이 맛 .....................................

 

오늘은  아무래도 똥통과 커피가 공존하는 날인가보다 ..............................?????????????????

 

우찌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이날 만은 그래도 그것이 전혀 이질적이거나 생소하지만은  않은 것은 그넘의 암모니아 냄새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긴 아무리 이쁜 미인이라도 배설은 하고 살아야 하잖은가?

 

이제부터는 우리도 똥을 귀하게 여기자

그것도 내몸의 일부인걸 뭐........하고 대범하게 생각하면 사실 똥처럼 고마운것도 없다.

 

(애고 하필이면 맨 나중에 버려지는게 되어 인정도 못받고 맨날 더럽다 소리만 듣노 ...)

(사실 똥이나 오줌을 못누면 그건 바로 죽음을 의미하는 건데 ............

때문에 쾌변은 장수의 지름길이라하지 않는가..........) 

 

 

결국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은 관념의 차이일뿐지 정말 아무것도 아닌지도 모른다. 

 

정화조 화이팅 ..........

(그대가 있음에 우리가 깨끗하다여 .고마워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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