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여늬 때 보다 배나 긴장이 되는 날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김목수는 고래 고래 고함을 지르며 일꾼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신씨도 덩달아 바쁜지 오늘은 커피 마실 생각을 아예 안했다.
다들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철근은 철근대로 마지막 작업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전기공도 부지런히 파이프를 철근속으로 밀어 넣고 설비오야지도 이리뛰고 저리 뛰며 배관을 연결하였다.
바닥 콘크리트를 치기 전에 모든게 완료되어야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목수들이 옹벽 거푸집 반생을 조으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펌프카도 새벽부터 와서 이미 자리를 잡고 콘크리트 타설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옹벽 콘크리트와 기초바닥 콘크리트를 같은 날 동시에 치려니 아무래도 마음이 급하긴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이곳 저곳을 살피며 행여 빠진 것은 없는지 현장을 누비며 체크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곧 레미콘 첫 물량이 도착할 것이라는 전화가 왔다.
오늘 칠 물량은 대략 레미콘 20대 분량인데 소규모 현장에서는 결코 적은 물량은 아니다.
레미콘은 한 차에 대략 6루베가 실렸다.
1 루베는 가로1m* 세로1m* 높이 1m 양의 콘크리트 부피를 말하는 단위인데 1루베 값이 보통 5만5천원정도 했다.
레미콘 한대가 도착하면 대략 33만원이라는 돈이 지불되는 꼴이다.
20대 분량이면 기초바닥과 옹벽에 들어가는 콘크리트 비용만도 660만원이나 된다.
콘크리트를 타설하려면 펌프카도 빌려야하는데 펌프카를 하루 빌리려면 대략 4-50만원은 족히 지불해야했다.
그 외에도 목수와 철근과 전기 설비 잡부등 일꾼들 인건비와 식대를 계산하면 하루동안에 땅아 쏱아붓는 돈만도 자그만치 1천만원은 어렵잖게 든다.
때문에 사람이 집을 짓는게 아니라 돈이 집을 짓는다고 우스개 아닌 우스개 소리를 하는 게다.
아무튼 옹벽이나 기초바닥은 콘크리트를 한번 치고나면 수정이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에 주밀한 준비와 확인이 없으면 큰 화를 좌초하게된다.
때문에 이 날만은 다들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는데 그래도
간혹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동안 거푸집이 터지거나 미쳐 잘못된 부분이 뒤늦게 발견되어 현장을 초긴장상태로 몰아넣을 때도 허다하다.
그래서 콘크리트 타설 하는 날은 다들 말을 아끼게된다.
콘크리트 타설이 완전히 끝날 때 까지는 모두들 조용히 기다리며 무사히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일이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어딘가 미흡한 게 보이기 마련인데
그럴때엔 평소에 말이 없는 그도 큰 소리로 일꾼들을 독려하며 앞서서 진두지휘를 하며 막대로 콘크리트를 쑤셔넣기도 한다.
어느덧 해가 오후로 접어드나보다.
일도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는지 그도 조금은 여유를 찾은 것 같았다.
마지막 물량이 도착하자 일꾼들은 서로 덕담을 나누며 오늘 일이 잘 되었다며 서로서로 추겨세우며 기뻐했다.
마무리가 눈앞에 보이자 그는 비로서 배가 고프다는 것을 느꼈다.
하긴 하루 종일 현장에 붙어 있다보니 점심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른체 그는 그렇게 길길이 뛰고 있었던가보다.
그런 그가 안쓰러웠던지 신씨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빵하고 커피를 내밀며 먹으라고 권했다.
그는 커피만 한잔 받아든체 밀대로 마지막을 정리하는 철근공을 쳐다보며 가능한 바닥이 수평이 되도록 주문을 하였다.
휴...........................이제 다 끝났나보다.
콘크리트 타설이 끝나고 펌프카 마저 철수하자 현장은 어느새 적막속으로 다시 빠져들었다.
일꾼들도 이미 옷을 갈아입고 식당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오늘 같은 날은 자축하는 의미로 오랜만에 삼겹살에 소주 파티를 열며 떠드는게 이곳의 풍습아닌 풍습이다.
해가 질려면 아직도 꽤 오랜 시간이 남았지만 콘크리트 타설하는 날 만은 노가다는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그 시로 여분의 자유를 만끽한다.
이제 한시간 후면 콘크리트는 서서히 굳어질게다.
그는 신씨에게 2-3시간후에 물을 한번 주고 집으로 가라고 이르고는 잠시 식당에 들려 일꾼들을 격려하며 소주를 한잔씩 권했다.
-다들 수고 하셨습니다.
그가 술을 한잔씩 권하자 일꾼들도 수고했다는 격려와 함께 그에게도 소주잔을 건넸다.
빈속에 한꺼번에 소주잔을 연거푸 받고나니 기분이 몽롱했다.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오후의 햇살이 여전히 돌담 길을 비추고 있었다.
한적한 오후라 그런지 돌담 길은 생각보다 더 평화스러워 보였다.
그는 돌담 길을 혼자 터벅터벅 걸어가며 건축이라는 상념속으로 또다시 빠져들었다.
그래.......................
건축이란 역시 인간의 땀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동 작업이야....
그는 알듯 모를듯한 말을 내 뱉으며 혼자 아스팔트 길을 걸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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