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1

.........느림의 미학

커피앤레인 2006. 2. 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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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에는 모든게 선후가 있는법이다.

때문에 그 순서를 무시하거나 등한히 하면 하지 않아도 좋을 고생을 할때가 많다.

 

그래서 지혜서라는 잠언은 심을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으며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다고 하였다.

 

우스개 소리지만 눈치 없는 게 인간이라고 꼭 뭐 할려면  엄마.......하고 방문을 열어 제끼는 다 큰 딸처럼 공사판에도 물을 줘서 좋을 때가 있고 물을 주지 않아야 좋을 때가 있다.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물을 타면 그 콘크리트는 불량콘크리트가 될 확율이 십중 팔구다.

 

그러나 콘크리트를 타설한 후 콘크리트가 꾸덕꾸덕 해지기 시작하면 그 위에 물을 뿌려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콘크리트는 양생이 서서히 되어야 크랙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려면 뜨거운 땡볕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자주 물을 뿌려 줘야한다.

 

콘크리트는 보통 양생기간이 15일정도 걸린다.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난 뒤 그 다음날 가보면 기초바닥이 완전히 굳어 있는 것을 보는데 그때 아...............벌써 다 말랐구나 하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겉은 비록 양생이 되었지만 속은 전혀 양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굳는다.

 

간혹 그런 지식이 전혀 없는 겁없는 친구들이 공기를 단축한답시고 겉만 마르면 다 된줄 알고 벽돌을 쿵쿵거리며 그 다음날 가져다 솥아 붓는데 그러면 겉은 아무런 표가 없지만 속은 눈에 보이지않게 미세한 금이 간다.

 

물론 우리나라 처럼 빨리 빨리 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모든게 속전속결해야 비로서 성미가 찰뿐만 아니라  된장이든지 똥이든지 상관없이 빨리 빨리하기만 하면 그런 사람을 추겨 세우는  풍토에서는 느리다는게 도무지 시류에 맞지 않지만 건축은 그럴수록 둘러가야한다.

그럴러면 집을 짓는사람이 지식과 함께 고집도 있어야하고 자기 철학도 있어야한다.

 

우리는 느림의 미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와우아파트나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에서 교훈을 얻은 백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남없이 그 병을 못고치는 걸보면 아무래도 빨리 빨리 병은 우리의 풍토병인가보다.

 

살다보면 때로는 촐랑거리기보다 굼벵이 처럼 느릿느릿할 때가 더 유익할 때가 많다.

 

5분을 더 빨리 가려다가 영원히 빨리 가버리는 사람들을 우리는 고속도로에서 자주 목격하는데

제 성미가 급해 혼자 횡천길 가는 건 괜찮지만 왜 애꿎은 새끼와 마누라도 델고 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역시 어느할매 말마따나 같이사는게 웬쑤지 ...............ㅋㅋㅋㅋㅋ)

 

아무튼 콘크리트는 물을 뿌려가면서 서서히 굳혀야 한다.

 

이 세상엔 빠르다고만 다 좋은건 결코아니다.

 

시쳇말로 번개팅도 좋지만 오래동안 서로의 감정을 나누며 기다리며 설레기도하고 애타는 사랑이 살아보면 더 멋있고 오래동안 추억에 남는 법이다.

 

이제 우리도 조금씩 느림의 미학을 즐길줄 아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그럼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풍요로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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