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1

새벽길

커피앤레인 2006. 2. 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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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의 아침은

 새벽 5시 30분부터 시작되었다.

 

 

바깥이 아직 어둑어둑한데도

벌써부터 전화벨 소리가 쉴새없이 울렸다.

오늘 들어와야할 인부와 자재를 챙기느라

그는 여기저기 전화를 걸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정신이 없었다.

 

 

대개의 경우

그 전날 밤까지 확인을 마치지만 밤 12시가 되도록 연락이 닿지 않았거나  미쳐 확인이 안된 것들은 주로 이시간을 이용하여 그는 확인을 했다.

 

어느정도 확인이 끝나면

그제사 대충 샤워를 하고 나갈 채비를 챙겼는데

언제부터인지 새벽 일찍 현장으로 나가는 날은

그는 거의 아침밥을 먹지 않았다.

그만큼 긴장을하고 있다는 표시였다.

 

 

 

오늘따라

새벽 바닷 바람이 미역냄새와 함께 그지없이  상큼했다.

 

계속해서 그는 차를 몰았다.

익숙할 대로 익숙한 그 길을 달리며 조용히 밝아오는 여명을 보며

그는 하루의 일과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문득 죤 스타인벡의 퍼얼이라는 소설을 떠 올랐다.

그는 싱긋이 웃었다.

 

 

학창시절에 신춘문예에 시를 투고한 기억이 떠 올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보기좋게 낙방을 했지만  별로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그래도 글 쓰는게 재미있었던지 그는 간혹 시 문학지 같은 곳에 단편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 쓰는 것 보다는 건축에 더 큰 매력을 느낀 이후로는

여지껏 큰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러한 그도 건축시장이 점점 얼어붙자

현실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쿠바산 시가를 자주 입에 대었다.

 

 

라디오를 켜자 FM에서 비발디의 사계가 흘러나왔다.

봄은 언제나 들어도 아름답고 경쾌했다.

 

 

해가 이미 저만큼 떠 오르른게 보였다.

아름다운 여인이 베이지 바바리를 걸치고 대문을 나서는게 눈에 띄었다.

 

 

순간

수평선 너머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시간과 사랑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 가하고 생각했다.

 

 

이집트인들은

태양이 떴다 지는 저 너머에 신들이 산다는데

정말 그런 아름다운 세계가 있을까.

 

 

그럼 저 여인은 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모통이를 돌자 이내 숲이 시야에 들어왔다.

일찍 온 일꾼들이 드럼통에 불을 피운체 커피를 마시는게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목례를 하고 차를 한 귀퉁이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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