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은 .....이글거리는 태양만큼이나 해질녘의 바닷바람은 참 시원했다.
마치 마지막 정염을 불태우듯 사람들은 모래사장에 나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며 기타를 쳤다.
피 말리는 경쟁의 도시를 떠나 저녁이면 이곳에서 잠시나마 숨겨놓은 낭만을 끄집어 내어 그들만의 자신을 회복하고 싶었던가보다.
물론 그들도 세월과 함께 자신이 너무나 변모한 것을 보며 어처구니 없어 하지만 도시로 돌아오면 그들은 또 이내 야수의 근성을 드러내곤했다.
이겨야 산다는 막연한 강박관념으로 도시의 밤은 또 한번 광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치고 시간은 어느 누구의 편도 아닌체 그렇게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들 속에 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가 사는 아파트에도 개짓는 소리가 들렸다.
제법 큰 개인인지 소리가 요란했다.
누군가 단조로운 생활에 싫증이 났는가 보다.
오래간만에 개 짓는 소리를 듣자 그는 짜증보다는 오히려 사람사는 훈기가 느껴졌다.
하긴 새벽에 나갔다 한밤에 들어오는 그의 입장에선 개 짓는 소리도 때로는 여간 반갑지 않은지도 모른다.
이제 기초 공사도 끝나고 옹벽바라시(거푸집 해체하는 것)도 거의 끝났다.
윤씨는 부지런히 기둥철근을 세우는 철근공들을 나무라며 결속선을 제대로 묶으라고 다그쳤다.
결속선은 보기에는 별것 아닌것 같지만 그 가느다란 철사 하나가 비상시에는 거의 1톤 무게의 하중을 견뎠다.
때문에 작다고 결코 무시해서는 안되는게 결속선 작업이었다.
철근을 엮을 때는 그도 이리저리 다니면서 혹시 빠진 곳은 없는지 꼼꼼이 살피며 애써 연결부위를 찾아 결속선을 묶었다.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은 비록 작은 것이지만 오너가 직접 허리굽혀 결속선을 묶으면 같이 일하는 일꾼들에게도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덩달아 신명이 나서 일하는 분위기도 좋고 위화감도 많이 사라져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집은 이런 작은 정성이 모여 만들어지는 혼의 결정체인지도 모른다.
입춘이 지나자 대문마다 입춘대길이란 사자성어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머잖아 봄이 올것이다. 그럼 여름도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뜨거웠던 태양을 피해 한 여름밤의 백사장을 찾았던 지난 여름처럼 그가 사는 세상도 어쩌면 끊임없이 변하는 순환의 세월을 살며 다들 나이를 먹는가 보다.
그러고 보니 세월이란게 참 빠르구나하고 그는 요즘처럼 새삼스럽게 느껴본 일도 드물었다.
그만큼 그도 나이를 먹고 있다는 증거일게다.
하긴 봄인가보다하면 어느새 여름이고 여름이 오기가 무섭게 호들갑을 떨며 아이고 덥다............덥다 하고 선풍기며 에어컨 타령을 늘어 놓다보면 어느새 아침저녁은 선선한 기온이 돌다 낙옆과 함께 삭풍이 온 몸을 휘몰아치는게 그가 살아가야하는 세상이다.
때때로 계절의 순환처럼 인생도 살아보면 순간 순간 고비고비를 넘겨야 하는 날들이 마치 봄 여름 가을 겨울 처럼 매번 반복하건만 그가 특별히 해야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
버스 운전대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사진처럼 그냥 오늘도 무사히.........................하고 빌뿐이다.
만약
누군가 재주좋은 사람이라도 나와 인생의 키워드를 따로 만들수만 있다면
행복/ 기쁨 / 희망/ 즐거움/ 자유/ 사랑 그리고.................가치나 의미같은 좋은 단어만 만들어 나누어주면 인생이란 얼마나 행복한 존재일까..
그러나 아직 거기까지는 인간의 예지가 미치지 못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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