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봄비인가 보다.
오랜만에 비를 보니 괜히 기분이 좋다.
그는 바바리를 걸친체 집을 나섰다.
비가 오는 날은 노가다는 대체로 공일이다.
하루하루 일당을 벌어야 먹고사는 그들이지만 봄비는 그리 싫지않다.
날이 풀리고 있다는 증거일 뿐 아니라 봄은 노가다에겐 희망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어젠 무척 바빴다.
여기저기서 만나자는 전화가 쉴새도 없이 울렸다.
머잖아 좋은 일이 찾아오려나보다.
사실 노가다에겐 일하는 것 보다 더 좋은 건 없다.
일이 없으면 노는 것도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늘 잠만 자는 사람은 잠이 지겹지만 일에 시달린 사람은 베개가 없어도 눕기만 하면 어디서나 꿀맛이듯이 노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오늘은 유난히도 벚꽃 봉오리가 탱글탱글해 보였다.
곧 꽃이 필모양이다.
그렇지만 벚꽃은 평생동안 한번도 꽃과 잎이 동시에 만나지 못하는 나무이다.
꽃이 져야 비로소 잎이 나오기 때문이다.
잎을 만나지 못하는 꽃은 벚꽃만은 아니다.
진달래도 있고 목련도 있고 배꽃도 있다.
마치 아름다운 연인을 가까이 두고도 평생을 만나지 못하는 어떤 사람과도 같다.
그래서 그러한 꽃들은 꽃이 더 아름답게 피는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로 자신이 그러한 환경에 처하면 인간이란 정서적인 동물은 기를 쓰고 싫어하지만 남의 얘기라면 사정은 많이 달라진다.
뭔가 아쉽고 부족하고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 미련을 갖고 애잔해하며 감동을 받는게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때문에 인기 드라마 일수록 그런 말초신경을 팍팍 건드리게 마련이다.
물론 그런 정서는 여성을 빼놓고서는 애기가 재미없다.
여성이라는 예쁜 동물은 타고날 때 부터 그런 민감성 예민 증상이 있어서 그런지 그런일에는 더욱 적극적이다.
밥을 먹다가도 눈물을 흘리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게 여성이라는 동물이다.
뿐만아니라 빛 바랜 앨범을 간직하듯이 그들은 남몰래 혼자 가슴에 묻어두길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어쩌면 여성은 애초부터 추억을 먹고 살도록 만든 동물인지도 모른다.
하긴 남자라고 뭐 별건 아니지만 .........
아무래도 여자보다는 덜 민감한건 사실이다.
때문에 남자는 의례껏 돈만 갖다주면 임무 끝........... 하고 돌아눕는다.
그러나 여자는 그런 남자가 한없이 미워진다.
(밤새 이 인간하고 살아? 말아? 하고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다 속을 끓이다 그도 꼬구라져 자긴 마찬가지이다)
여자란 분위기도 있어야 하고 때때로 이벤트성 사랑고백도 필요하고 때론 못생겨도 자기가 젤 이뿌다는 헛소리라도 들어야 살 맛이 나는 동물인데 ......................아유 우짠다?
갑자기 싸이렌 소리가 들린다.
어디서 불이 또 난 모양이다.
누군가 가슴이 철렁할 것 같다.
노가다는 비가 오거나 불이나거나 한밤에 전화가 걸려오면 갑자기 머리끝이 쭈빗해진다.
그건 비가 샌다거나 불이 났다던지 아니면 뭔가 고장이 났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을 할 때 그가 현장을 비우지 못하는 것은 이런 예기치 않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사실 현장에서 하루종일 서 있으면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뻐근하다 .
그러나 그렇게 하므로서 부실공사도 막고 하자도 줄일수 있기 때문에 일을 할땐 그는 언제나 현장 지킴이처럼 그렇게 서 있다.
물론 남들 보기에는 그가 할일 없이 빈둥빈둥 노는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전기배선은 물론이고 상하수도 배관라인 하나하나에 이르기 까지 그는 철두철미하게 현장중심이다.
때문에 그가 짓는 집은 어느 것 하나 그의 눈을 속이고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그러다보니 노가다 오야지들이 처음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워했지만 차츰차츰 그런 문화가 익숙해지자 이젠 그들도 그가 현장에 없으면 도리어 불안해 하며 어디있느냐고 전화를 해댔다.
오늘은 아무래도 비가 오후 늦게 까지 내리려나보다.
hi......
미국에서 온 폴 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뭔가... 좋은 일이 있는지 저녁에 미팅시간을 좀 잡아란다.
good이다여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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