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1

흙담집 따라 나서는 여행

커피앤레인 2006. 3. 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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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향이 피더니 이젠 서서히 군자란이 꽃대를 올리며 바통을 이을려고 한다.

봄은 이미 아파트 베란다에서 시작되는가보다.

 

옛 어른들은 봄에 지은 집은 가을에 지은 집 두 채하고도 안바꾼다고 했다.

그만큼 봄은 일하기가 좋을 뿐 아니라 일조량도 넉넉하기 때문일게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 주변에선

한동안 거들떠 보지도 않던 황토집이 무슨 인기 검색어처럼 되어버렸는데

그만큼 환경에 대한 인식이 새로와졌다는 반가운 소식이라 여간 기쁘지 않다. 

.

물론 우리보다 한 세대 앞서  지나간 사람들은 오늘에 사는 우리들처럼 그렇게 호사스러운 마음으로 흙담집을 지은 건 아닐게다.

 

건축자재가 한정된 시대이다보니 아무래도 자연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어떤 필연성 때문에라도 그들은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살림이 그리 넉넉지 못한 민초들은 님과 함께라면  초가 삼간이라도 제 집만 있으면 크나큰 행복으로 여긴게 우리들 역사다.

 

물론 사대부나 지체 높은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고대광실을 지어서 가세를 뽑내며 거들먹거렸지만  땅을 파고 밭을 일구어야하는 민초들의 집은 처음부터 흙집이 주를 이루었는지도 모른다.

 

이전 사람들이 지은 흙집은 대개 세가지 공법으로 지었는데 그중 하나가 흙담집이었다.

 

흙담집은 진흙을 나무형틀로 찍어 낸 다음 완전히 말린 뒤 마치 벽돌 쌓듯이 하는 공법이다.

그러나 미처 나무 형틀을 구하지 못하거나 손수 만들수있는 재간이 없었던 사람들은 두리뭉실하게 마치 메주를 만들듯이 그렇게 집을 지었다.

보기에는 좀 이상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그게 오히려 한국적인 미를 더 잘 나타낸 면도 있었다.

 

 두번째 공법은 요즘처럼 널판지로 거푸집을 만들어 그 속에다 진흙을 채워서 말린 다음 진흙이 완전히 굳어지고나면 그제사 거푸집을 떼어 내었는데 그런식으로 지은 집을 판담집이라고 불렀다.

판담집은 편리한 반면 자칫 잘못하면 공사를 그릇칠 수도 있기 때문에 상당한 경험이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사용한 공법은 지금도 오지에서 간혹 볼수 있는 진흙과 막돌을 함께 쌓은 돌담집이라는 공법이다.

돌담집은 돌이 많은 지역이나 구조가  튼튼하면서 좀 더 쉽게 지을 수있는 방법을 찾아 그렇게 한 것 같다.

돌담집과 비슷한 공법으로 지은게 귀틀집인데 귀틀집은 통나무 사이 사이 진흙을 채워 만든 한국식 통나무집을 말한다. 

 

이러한 집들은 대개 벽 두께가 적게는 2-30cm에서 5-60cm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가 짓는 벽돌 집이나 콘크리트 집에 비하면 다소 투박한 맛이 있었지만 그렇게 해야 겨울철 혹한이나 뜨거운 여름철을 견딜수 있었다.

 

언젠가 茶 연구가인 장선생한테서 느닷없이 전화를 걸려와 우리 옛집에 대하여 궁금한게 있다며

흔히 우리가 말하는 초가삼간이라는 삼간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물었다.

 

알다시피 간 (間) 또는 칸이라고 부르는 이 말은 두 기둥사이를 의미하는데

집을 지으려면 아무래도 기둥을 세워야한다.

 기둥을 세우다 보면 기둥과 기등사이 방이 들어가는데 그 기둥 기둥사이를 한 간 또는 한칸이라고 불렀다.

 

보통 한 칸의 칫수는 6자 (약 180cm)- 12자 (360cm)을 넘지 않았다.

 

유명한 사찰이나 고가를 보면 보통 안내 푯말에 정면 몇 간(또는 칸 ) 측면 몇 간 식으로 그 건물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두었는데 옛 사람들은 그 칸 수를 보고 대개 그 건물의 규모를 짐작했다.

 

아무튼 이제 봄도 왔고 꽃샘바람도 심상찮은 계절이다.

아마도 이 한해에도 크고 작은 서민의 보금자리가 여기저기 세워질게다.

값비싼 아파트에만 너무 현혹되지말고 올해는 흙담집을 찾아 오지를 떠나는 여행도 참 재미가 솔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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