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꽃봉오리가 아무래도 곧 터져 나올 것 같다.
밖을 나가보니 봄 기운이 완연하다.
아지랑이도 보이고 풀잎도 새록새록하다.
벌써 나물을 캐러 나왔는지 여기저기 여인들이 밭둑에 쪼그리고 앉아있는게 보였다.
올봄은 아무래도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새로 의뢰받은 디자인도 해야하고 집도 지어야 할 것 같다.
역시 일이란 즐거운 거다.
새벽공기를 마시고 차를 달리는 기분도 상쾌하고 낯익은 사람들과 정답게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하루종일 땀냄새를 푹푹 풍기는 것도 커피냄새만큼이나 구수하다.
낭만도 여유가 있어야 아름다고 멋있는 법이다.
후배가 맛있는 집이 있다고 돼지국밥이나 한 그릇 하잔다.
부산은 아직도 6.25 잔재가 여기저기 남아있다.
언필칭 함경도 아바이들이 피난 때 내려와 정착했던 집단촌이 이제는 번화가가 되어버린 곳인데
맛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돼지고기는 애초부터 먹지 않았다,
기껏안다는 것이 삼겹살에 소주 한잔 정도의 먹걸이로만 알고 있는게 고작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50년 전통의 돼지국밥집 맛을 들이고부터는 배가 출출하거나 먹거리가 마땅찮으면 의례껏 그 집을 찾았다.
도시 뒷골목에 2대째 자리잡은 돼지국밥집은 50년이란 세월의 때가 그대로 녹아있었다.
누렇게 빛 바랜 벽지위에 사진들이 가득하다.
남자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인지 그가 찍은 누드사진을 여러장 벽에 붙여 놓았다.
간혹 남자는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층으로 된 낡은 집을 고치는 것이 좋을지 아예 철거를 하고 새집을 지을지 판단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남자는 자주 그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여자는 간간이 옆눈질만 하며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새 집을 짓기보다 리모델링 하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권고했다.
새집을 지으려면 주차장을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건폐율도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고 하자 그제사 이해가 되었는지 여자가 베시시 웃는다.
아마 집 짓는 문제로 부부간에 논쟁이 심했던가보다.
올만에 돼지국밥을 먹어서 그런지 국물 맛이 걸쭉한게 구수하기 짝이 없다.
역시 음식은 손 맛인가보다.
풋풋한 부초냄새가 더욱 싱그럽다.
봄은 이미 우리주변에 가득하다.
물론 아직도 우린 두툼한 겨울 옷 속에서 여전히 잠을 자고 있지만............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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