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1

흐르는 강물 처럼

커피앤레인 2006. 2. 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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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녘이면 노가다는 주섬 주섬 연장을 챙긴다.

 

종일 땀 흘리며 애쓴 보람이 여기저기 상흔 처럼 흩어진 현장을

잡부가 비를 쓸며 마지막 정리를 하는 동안 그는 내일 일을 챙긴다.

 

철거도 이제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내일 부터는 터 파기를 해야 할 것이다.

터 파기에 앞서 며칠 전에 무너진 산 허리가 아무래도 안심찮다.

그는 도목수를 불렀다.

 

-김목수 아무래도 옹벽공사 부터 하고 터 파기를 하는 게 어떻겠오

- 그렇지예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럼 내일 아침에 나오는 길로 포크레인보고 산허리 부터 고르라고 시키이소

그리고 철근 낼 들어오라고 했지요

-안 그래도 낮에 잠시 왔다 갔습니다. 낼 아침 일찍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은 일단 산 허리를 고르고 난 다음 옹벽 바닥부터 먼저 파내고 철근쟁이들이 철근을 엮는 동안  포크레인은 건물을 앉힐 기초바닥 터 파기를 합시다.

옹벽바닥은 오후 늦게 레미콘을 부를 테니가 그렇게 알고 일을 진행합시다.

-알았습니다. 차질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습니더

 

김 목수는  고향이 남해라고 했는데 아마도 어렸을 적부터 이 바닥을 돌아다녀서 그런지 눈치하나는 누구보다 빨랐다.

키가 180cm 이상 되었지만 키 크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 하듯이 그는 종종 아양을 떨기도하고 익살도 부렸다.

뭔가 아쉽거나 필요한게 있으면 

-사장님예 .............하고 그는 아양을 떨며 자기의 말을 했다.

 

그러한 그를 그는 한번도 미워하지 않았는데 이미 십 수년을 같이 지낸터라 눈빛만 봐도 서로의 감정을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책임감이 강해 누구보다 일찍 현장에 나와 열심히 일했다.

 때로는 그도 요령을 피워 일을 게을리 하거나 엉뚱하게 일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낮시간엔 가급적 그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을 끝내고 간단하게 술을 한잔 할 때면 그는 어김없이 낮에 한 공사를 챙기면서 잘못된 부분을 조목조목 설명을 하고 고칠 것을 도목수에게 지시했다.

그러면 그는 이미 그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건축이라는 직업은 사람을 다루는 직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뻔히 알면서도 속아주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면 그것이 나중엔 습관이 되고 곤조가 되기 때문에 틀린 것은 반드시 그날 그날 고쳐 줘야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현장에서 거의 의견조율을 하기 때문에 별 탈이 없지만  때때로 서로의 감정이 뒤틀려있거나 자존심이 걸려 있을 때는 그는 종종 이와같이 우회작전을 사용해 문제를 풀려고 했다.

 

한참 일하는 시간에 도목수를 불러서 나무라면 그도 사람인지라 아랫사람보기도 그렇고 자존심이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배알이 꼴리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럼 그 시간부터 끝날 시간 까지 현장 분위기만 썰렁할 뿐 도움되는게 아무 것도 없다. 

보통 신바람이 나면 백개 칠 못을 오십개도 채 안치고 도목수부터 시간만 때우려고 현장 주변을 으슬렁거리면 그 아랫사람은 어떠할까....

(어느 누가 눈치 없는 게 인간이라 했던가 ....아유 그냥 팍 한대 갈겼으면 속이나 시원하지 )

 

때론 세월이 약이겠지요........ 하고 그냥 넘어가고 싶지만 공기가 늦어지면 늦어 질수록 돈이 술술 떠내려가니 이걸 어떻해 ?

 

때문에 그는 종종 말없이 흐르는 저 강물이 부럽기조차 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속에  홀로 마음을 비우고서 일꾼들을 다시 다독거리며 기운을 불어 넣으면  어느새 그는 도를 터득한 생불이되었는지 두툼한 그의 입술이 더욱 두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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