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1

그리고 철학의 빈곤

커피앤레인 2006. 3. 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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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왠 철학(?)하고 놀랄지도 모르겠다.

 

철학(philosophs)이란 말이 알다시피 지혜(sophila)를 사랑한다(philos)는 말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별로 새삼스러울게 없겠지만 오늘 아침 인터넷 판을 보니 이미 고인이 된 김형곤 씨

 

앞에 웃음의 철학자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어서 아 ,,,,,,,,,,,,,,그렇지 철학이란 단어가 아직도 살

 

아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반가워서 잠시 철학이란걸 생각해보고 싶었을 따름이다.

 

 

맨날 돈 아니면 일/ 일 아니면 돈만 보이는 세상에서 철학이란 단어는 이미 한시대 전의 낡은 유물이거나 아니면 오래전에 없어진 공룡의 알 쯤 생각했는데 한 개그맨의 죽음을 통해 다시 그 말을 되짚어 볼 수 있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일 수 밖에 ....

 

한때는 그도 철학에 몰입한 나머지 늦은밤 까지 크래식 다방 후미진 곳에 죽치고 앉아 개똥 철학을 늘어놓은 때가 있었다.

 

헤겔의 정반합이 어떻니/ 니이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해사면서 그러다 더 발전하면  칼 융이니 하이데거 까지 거들먹거리면서 잘도 떠들었는데 그것도 잠시 뿐 이젠 흙먼지 폴폴 날리는 현장에서 노가다와 히히덕 거리면서 애써 철학을 외면한지도 꽤 오래 되었다.

 

그래도 간혹 성철스님처럼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다는 하는 법어를 들으면 아이고 이게 무슨 뜻이고 하고 다시 머리를 팽팽돌리다가 그리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송충은 솔을 먹고산다고 ..........어이 김목수 / 신씨 하고 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다시 현장속으로 빠져야 먹고 사니까........

 

쥘 라슐리라는 사람은 철학은 나는 알수 없습니다로 부터 출발한다고 말했는데 현장에서 그랬다가는 뽈때기 맞기 딱 알맞는 말이다.

그게 어쩌면 철학과 공학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철학은 모르는 것에 대한 회의에서 해답을 찾는 즐거움이겠지만 공학은 다된 밥에 코 안 빠뜨릴려고 전전긍긍하는 학문이다.

때문에 모르면 물어라 하고 호되게 질책하는 것도 앞선 경험에 대한 권위와 오만이 태생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비하여 디자인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앞의 두 영역과는 전혀 별개의 세상에서 놀고있다.

저 혼자 이 짓을 했다가 저 짓을 하고 어제밤에 했던 일을 오늘 또 하면서도 뭐가 즐거운지 히히덕 거리는게 이 직업이다.

따지고 보면 노는 것도 참 가지가지다 싶다.

 

멀쩡한 자기 바지를 가위를 삭뚝 삭뚝 잘라서 반바지를 만들어 팔아먹기도하고 마누라의 우아하게 차려입고 나가는 긴 치마를 엉덩이만 살짝 가릴 정도로 과감히 잘라버리고 좋아라고 박장대소하는게 이 바닥의 세계이다.

물론 패션만 그런건 아니다.

벽 하나를 다 허물어 놓고 포스트 모더니즘이라고 하면서 21세기의 신 주거개념이라고 떠버릴 수도 있고 안이 훤이 다 들여다 보이는 비니루 집을 지어놓고 미래의 주택이라고 혼자서 좋아라 하며 자랑할 수 있는게 이 바닥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때문에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바닥에 사는 사람은 보통사람이 도무지 흉내도 낼수 없는 약간 또라이 끼가 다분히 있어야 견딜 수 있다.

보통 사람은 한 끼만 굶어도 정치가 어떻니 대통령이 어떻니 하고...... 씨부렁 씨부렁 하지만 디자인하는 사람은 커피 한잔하고 비스켓 한 봉지만 있어도 하루 종일 행복해 하면서 낭만을 즐길 수 있는  타잎이다 보니 보통 사람은 겉 모양만 보고 따라갔다가는 배가 고파서 하루도 못살고  도망간다.

 

아무튼 철학을 하든지 공학을 하든지 디자인을 하든지 그것도 자기 스타일이니 너무 나무라지는 말자.

어차피 한 세상 살다 가는 것 나중에 돌이켜 보면 아무것도 없잖은가

젊은 것도 한 때고 이쁜것도 한 때 인데........

그냥 생긴 대로 놀다 가자

하얀 울타리님처럼 틈만 나면 여행을 즐기던지 은비님 처럼 잘 노는게 잘 사는거라면서  

각자 철학에 따라 살면 몬 불만이 있으며 뭔 행복이 따로 있을까 ........

 

괜히 쓰잘데 없이 푸쉬킨처럼 행복을 찾아 무지개만 쫓아 가지 말고...

하긴 그것도 자기 철학이면 누가 뭐라하면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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