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 비가 내렸는가 보다.
창문을 여니 아스팔트 길이 비에 흠뻑 젖어있다.
비가 오는 날은 신기하게도 새들도 울지 않았다.
간밤엔 정순행 시인의 시/화/음/전에 가서 올만에 지인들과 술을 한잔 했다.
조그마한 공간에 이태리 칸쵸네를 들으며 시를 감상하는 것도 참 이채롭다.
뒷풀이는 국제시장 골목안에 있는 거창집이라는데서 했는데 여나머평 크기의 목로 주점이었다.
다들 내노라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오히려 이런 허름한 집이 취향에 더 맞는지
여자도 남자도 다 술에 취해 밤을 데우며 떠들어 대었다.
어떤면에서는 멜랑꼬릭한 부분도 있지만 예술하는 사람들은 참 재밌다.
보기보다는 소탈하다.
다들 미술/ 음악/ 문학/ 건축/ 조경과 같은 분야에서 잔뼈가 굵어서 그런지
자기 전공얘기는 일체 하지 않았다.
하긴 그런데서 뭘 아는척하면 촌놈이지....
다들 어느정도 술이 오르자 2차를 가자고 소매를 끌었다.
2차는 아무래도 강나루가 제격이다.
박목월의 강나루 밀밭사이로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에서 따온 옥호인데
적어도 부산에 사는 시인 묵객이라면 강나루 모르면 간첩이다.
그 주위엔 계림도 있고 수미산도 있다.
계림은 환쟁이들의 아지트이고 수미산은 연극패걸이들의 단골집이다.
서로 어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고유의 색깔만 고집한체 도도하게 술을 마시며 밤을 희롱하지만 따지고 보면 거기서 거기다.
강나루엔 송제 이상개선생의 부인이 주인이다.
흔히 사람들은 그를 목여사라고 불렀는데 간혹 어떤이들은 그를 목보살이라고도 불렀다.
송제선생하고 그와는 오래동안 한 집안처럼 지냈지만
술을 싫어하는 그의 아내는 딱 한번 와보고는 이상한 곳이라며 다시는 오지 않으려했다. (ㅎㅎ)
간혹 그가 긴머리에 턱수염을 한 예술하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면 그의 아내는 질겁을 했다.
송제선생은 몇년전에 "소금을 뿌리며 " 라는 시집을 출판하며 출판기념회겸 회갑연을 열었다고 하였다.
아마 공사관계로 그가 중국에 가 있을 때 한 모양이다.
강나루에서 다시 소주잔을 들이키자 드디어 가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발은 언제나 k 대학 대학원 원장인 정원장이 선창을 했다.
그는 전공이 경영학인데 노래를 곧잘 했다.
오늘따라 기라성(?) 같은 음대교수들이 앉아 있는데도 한번 까불어(?)보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다.
이수인곡 고향마을을 불렀는데 예의 앵콜이 터졌다.
다시 앵콜곡을 부르자 이번에는 오리지날 음대교수가 나섰다.
그도 술기운인지 한곡 부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는 이태리 정통 유학파인데 유심초가 불렀던 사랑이여를 불렀다.
물론 가사는 이태리말로 고쳐불렀다.
아...................멋있다
우리노래도 저렇게 부를수가 있구나 ...........................
그러고보니 이태리 칸쵸네가 따로 없는것 같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동아대 교수였던 차박사가 자작시를 읊겠다고 벌떡 일어섰다.
사랑......................이라는 시였다.
사랑 ................
아무 말이 없는 그 무엇
사랑....................
사랑..................
사랑....................
그게 전부였다.ㅎㅎ
이런 날은 그도 빠지지 않는다.
이 바닥에서는 제법 소리꾼으로 통하는데 이날따라 그는 이미자의 울어라 열풍아를 배호버전으로 불렀다.
박수가 터지고 여기저기서 앵콜을 했다.
낯선여인이 포옹을 하며 한곡 더 부르라고 부추겼지만 그는 애써 사양을 하고 다른사람에게 바통을 넘겼다.
스타(?)는 내려올 때 내려올 줄을 알아야한다면서 .....(왠 스타?ㅋㅋㅋㅋㅋ)
아무래도 봄비가 그칠 것 같지 않다.
이런 날은 노가다는 만푸장이다.
마누라 엉덩이 두드리는 재미처럼 게으름을 피워도 보고 흐들나게 한잠을 더 자도 된다.
(돈만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는데 .......)
며칠전에 거제도로 내려간 후배는 마무리 공사를 잘 하고 있는지 아직 연락이 없다.
하긴 현장에서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다급하면 전화를 발발이 할텐데 .....................
저녁엔 지영이 화실에 잠시 들렸다 와야할 것 같다.
서울 전시회 문제는 잘 해결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도 요즘은 힘겨운지 언제부터 작업에 들어가느냐고 자주 묻는다,
아무래도 건축이 활발해야 그림도 잘 팔릴텐데 .....
이래저래 봄비가 속을 끓인다.
그 놈의 돈이 다 어데 가 있는지.
'살며 생각하며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부족한 날들 (0) | 2006.03.18 |
---|---|
노가다와 술 (0) | 2006.03.17 |
........컴퓨터와 제도판 (0) | 2006.03.15 |
그리고 철학의 빈곤 (0) | 2006.03.14 |
노가다와 일요일 (0) | 2006.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