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덕산 꽃마을에 가면 잠이 할매 손두부집이 있다.
허름하게 생긴 외관과는 달리 잠이 할매가 직접 만든 손두부는 동동주와 같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할매는 그림을 잘 그리는 아들이 그림전공을 못한게 못내 안쓰러웠던지 아들이 그렸다는 벽 한쪽구석에 걸어둔 100호정도 크기의 수묵화를 가리키며 늘 한숨을 내 쉬었다.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도 대학을 보내었을건데 ,,,,,,,,,,그땐 우찌도 돈이 없던지
그게 못내 한이 되나보다.
산행을 간김에 일행과 함께 오늘은 잠이할매집에 가서 오랜만에 시락국 점심을 먹기로 하고 들어갔더니 예전같으면 자리가 없을법한데도 한일전 때문인지 여기저기 빈자리가 보였다.
얼른 한자리를 차지하고 사방을 둘러보니 그새 돈을 많이 벌었는지
그림은 여전히 그곳에 붙어 있었는데 집은 옛집이 아니었다.
물론 옛 멋 때문에 찾아 오는 손님을 위해서인지 천장은 옛맛이 나도록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시킨체 하얀 회벽으로 치장을 한게 눈에 띄었다.
같이 동행한 일행이 처음 왔는지 시락국 맛이 일품이라고 눈을 휘둥거린다.
그들 역시 자주 이곳을 찾았지만 잠이 할매집은 잘 몰랐던 모양이다.
묵은 김치와 상치와 땡초를 먹으면서 연신 맛있다고 다들 밥을 한 입 가득 집어 넣었다.
간김에 일행과 함께 올만에 동동주에 손두부도 한두모 정도 먹고 싶었지만
워낙 시락국 맛에 홀딱 빠져서인지
다들 밥을 두 공기씩 먹고나더니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긴 아무리 맛있는 것도 배가 부르면 못먹는법 ...
하는 수 없이 자리를 옮겨 조그마한 노변찻집으로 갔다.
비니루로 집을 짓고 약차와 커피를 파는 곳인데(상호가 쉬어가는 집이라고 쓰여 있었다)오늘따라 주인아주머니가 안보였다.
커피를 한잔씩 시키고 주인 아주머니는 어델 갔느냐고 묻자 가족계 때문에 멀리 출타중이라하였다.
아침에 날씨가 의외로 추워서 그랬는지 등산할 손님이 별로 없을 줄 알고 시집간 딸한테 오늘만 맡기고 갔단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주인이 없으면 무언가모르게 서먹서먹한가 보다.
하긴 아무리 못생긴 여자라도 자기 여자가 좋듯이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익숙한 것에 더 친숙한가보다.
커피 값이라야 고작 500원 밖에 안하지만 갈 때마다 군고구마를 꺼내어 먹어보라는 그 인정머리에 언제나 그곳에 가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였는데 ......
군고구마 생각만은 아닐텐데 왠지 서운하다.
커피를 마시자 아무래도 뒤가 캥기는지 일행중 몇몇이 시약산으로 갔다가 쌔리골(싸리골)로 내려가잖다.
시약산은 구덕산과 승학산 중간에 있는 봉우리인데 시악정에서 내려다보면 부산시내가 한눈에 보이는게 전망이 일품이다.
멀리 광안대교와 해운대는 물론이고 오륙도와 영도 고갈산도 보일정도로 시야가 탁 트여있다.
시악산은 진달래 군락지로도 유명한데 4월경이면 진달래가 장관을 이룬다.
전에 가보니 진달래를 일명 두견화라고 소개한 푯말이 있었는데 바람에 날라가버렸는지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시악산을 올라갔다가 다시 억새풀이 유명한 승학산을 가로질러 쌔리골로 내려오니 잘 생긴 길목에 동동주 집 하나가 등산객을 유혹하였다.
서너시간 등산을 하여서 그런지 다들 배가 또 출출한지 들어가 좀 쉬었다 가잖다.
(그럼 그렇지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 .......)
안으로 들어가니 나무로 만든 통나무 테이블엔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 어렵사리 구석 후미진 곳에 테이블하나가 비길래 염치코치 불구하고 얼른 그 자리에 가 앉았더니
-아이고 아저씨 폼만 멋진게 아니라 몸도 재빠르네여 ,,,,하고 주인여자가 은근히 추파 아닌 추파를 던진다.
-아이고 무슨 말씀을요
전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될까봐 얼른 앉았을 뿐인데여 ..
- ㅎㅎ 이 아저씨 말도 잘하네
-오마이갓 (지가 얼마나 순진한데........말 잘하면 사기꾼이라던데 우야노 )
해가 지려면 아직 한참은 있어야 할 것 같다.
다들 시간이 넉넉해서 그런지 올만에 실컷 먹어보자면서 잔을 권한다.
좋지........롱
헌데 돈은 누가 내노 ? 이 문디 자슥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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