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1

접시를 깨뜨리는 사람들

커피앤레인 2006. 3. 2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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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아직 바깥이 캄캄하다.

화장실에 갔다오는 길에 시계를 힐끗 쳐다보니 새벽 4시 47분을 가리켰다.

 

아 .....아직 늦진 않았구나

 

누구하고 긴한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언제부터인가 새벽 4시대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왠지 기분이 찜찜한게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잠시 주전자에 물을 올려놓고 가스불을 켰다.

파란 불꽃이 주전자를 달구어서 그런지 이내 물 끓는 소리가 들렸다.

커피한잔을 뽑아 코 끝으로 향을 음미하며 천천히 한모금 들이켰다.

아,,,,,,,뭐라 형언할 수 없는 이 맛......

 

구수한 커피향기가 코끝에 와닿자 왠지 기분이 편안해진다.

작은 의자가 놓여진 구석에 앉아 다시 한번  커피를 한모금 마시면서

새벽시간이 주는 느긋함을 즐기며 오늘 할 일을 대충 머리속으로 그려보았다.

누군가 10시경 찾아온다 했으니 그것만 잘 준비하면 아침시간엔 별일이 없을 것 같다.

 

이런시각은 대체로 산사는 산사대로 고요함을 주는 아름다움이 있고

바닷가는 바닷가대로 파도소리와 함께

 미역냄새가 주는 싱그러움이 있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사실 삶이라는 연결고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아름답고 여유로운 곳이 많은데도

인생의 대부분을 다들 어떻게 그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메고 있는지  ....

 

신문이 왔나보다.

출입문 쪽에서 종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달아나는 발자국소리가 들렸다.

 

그는 문을 열지 않았다.

이시간 만큼이라도 혼자 자유롭고 싶었다.

가급적 그는 새벽엔 신문을 보지 않는다.

혼자 즐기며 행복해 하는 이 시간만큼은 그 무엇으로부터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사방은 여전히 조용했다.

 

며칠전에 이사를 와서 그런지 아직은 낯이 설지만

그래도 첫 날 보다는 많이 적응이 되었는지 외로움이 덜했다.

 

어쩌면 그토록 옮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친게 우습기도 하였다. 

막상 옮기고 나니 별 것도 아닌데 왜 그토록  집착을 했는지.....

 

사실 죽을 병에 안 걸린 다음에는 여전히 희망은 살아있고

그 나름대로 또 다른 행복이 가까이 있는데도

굳이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은

미련해서 일까 아니면 새로움에 대한 막연한 어떤 두려움 때문일까....알다가도 모를일이다.

 

아마도 우리의 일생에서 두려움만큼 인생의 적도 따로 없을게다.

 

부부간에도 그냥 만나서 자초지종 설명하고 미안하다거나 이해를 구하면 될 일도

 상대가 어떻게 나올까봐 지레 겁을 먹고 차일피일하다가 더 낭패를 당하듯이

인생도 늘 실제보다 더 많이 부풀려진 혼자만의 상상이 빚은 

 두려움에 자기 발목을 매어놓고는

누가 나 안도와주나 하고 기다리며 사는지도 모른다.

 

옛말에도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 넣어야 짜다라고 했다.

 

뭐든지 맞붙어보고 체험하고 경험도 해봐야 용기도 생기고 저변도 넓혀지고 사람도 사귈텐데도

그놈의 두려움이 뭔지 ......

실패도 그냥 아름다운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도

우린 어쩌면 처음부터 프로가 되길 원하는지도 모른다.

(실패하면 쪽 팔릴까봐서.........................................아이고 쪽 좀 팔면 어때

예전에 삼성석유화학 vip실 인테리어할 때 이병철 회장도 사업에 다 성공한 건 아니더만뭐 ...쌀장사도 하고 고물장사도하고 .......누군 처음부터 개구리되었나 )

 

 

이 세상 사람치고 나자마자 백두대간이나 에베레스트에 올라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여.

근교산을 오르면서 조금씩 조금씩 체력을 키운다음 도전을 해 보는 것이지....

 

 몇년 전인가

우짜다가 전문 산꾼들과 어울려 산을 탔다가 하마트면 죽는줄 알았던 기억이 새롭다.

 

딴에는 산을 좀 탈 줄안다고 호들갑떨면서 따라나선게 애초부터 잘못이었다.

산을 탄 이력이라고는 겨우 근교산을 오르내리면서 산책수준에 불과한데도

 겁없이 나섰으니 그게 망신이지 뭐가 망신이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숨돌릴 틈도 주지않고 곧 바로  산으로 기어올라가는데 이건 사람이 아니라 마치 산짐승 같았다.

얼마나 날쌘지 .................................

첫 출발지에서 2시간동안은 시상에 오줌도 안누고 그렇게 기어 오르는데 마치 달리는 것 같았다.

몬 인간들이 이런 인간들이 있노 ...하고 그는 뒤따라가면서 연신 볼멘소릴 내 질렀지만 그들은 들은체도 아니하였다.

야 인간들아 너거는 오줌도 안누나?

군대도 50분 훈련하면 10분간 휴식인데....

이게 인간이가 짐승이지..하며 온갖 잡소릴 다 질러도

그들은 꿈적도 안하고 산으로만 기어 올라갔다.

(숨이 헉헉대고 가슴이 아리는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민폐를 끼칠수도 없고 ,,,,따라온게 잘못이지)

 

그날 이후로 산에가자면 한동안 아예 손사래를 쳤지만

 그덕에 이젠 왠만한 산은 7-8시간 정도는 족히 타고도 여력이 남을 정도로 체력이 남아돈다.

만약 그때 그 죽을 고비가 없었다면 그는 여전히 자기 체력만 맹신하고 게을렀을 건데..

 

누군가 노처녀가 되는 비결 제 일조가

 남자의 손을 한번도 안잡아 봤거나 남자가 손 내밀 때

아이고 이 집승.......................하면서 얼른 도망가서

자기엄마한테 고주알 메주알하는 여자라고  했다.

농담이겠지만 가만히 듣고 보니 꽤 일리가 있는 말 같았다.

(시집가야할 여자가 남자가 무서우면 우찌 시집가겠노 ,,,그래서 어른들이 철 모를때 얼른 얼른 시집보내래.... 한 말이 이제사 수긍이간다여)

 

사실 혼자 사는 사람중 아주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혼자 사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살다 정 안되면 찢어지면 되지 뭐가 그리 걱정인지 .

(그렇다고 이혼 예찬자는 아니어여 )

 

이왕 말이 나온김에 한 말인데

오늘은 접시를 한번 깨뜨려 보자.

언 넘이 무서버서라도 니 하고 살게... 할지 아나

까지것 잘못되어봐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겠지.................... 

지가 내 성공하라고 돈 대준일 있나뭐

이판사판이면 해보고나 죽자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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