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1

새가 잠을 잔다는 섬 /을숙도

커피앤레인 2006. 3. 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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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텅빈 도심 한복판을 가로 질러

공원으로 올라가면 영도다리를 중심으로 바다가 좌우로 펼쳐진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자갈치 회센타 지붕공사 단열공사를 하는지

인부들이 부지런히 은박지 같은 걸 까는게 눈에 띄었다.

그 너머로 광안대교와 맞 물릴 남항대교가  이제 곧 상판을 올릴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이 다리는 을숙도와 연결되어 결국은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와 맞 닿을 것이다.

그러면 공항이나 부산신항에서 복잡한 도심을 거치지 않고도

원스톱으로 해운대백사장 까지 불과 30-40분 안에 충분히 도착할 수있을 게다.

 

원래 을숙도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갈대밭으로 더 유명하다.

 

옛 사람들이 새가 잠을 자는 곳이라하여 을숙도라고 붙렀다고 하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언젠가 멋모르고 사진을 찍으려고 해질녁 갈대밭 안으로 들어갔더니

왠 넘이 남의 잠자리를 방해하느냐는 듯이

새들이 놀랬는지 떼를 지어 하늘로 비상하였다.

(갑자기 갈대속에서 새들이 푸드득하고 날아 오르는 바람에 그도 얼마나 놀랬던지........)

 

예전엔 이곳에 작은 통통배가 드나들며 사람들을 실어 나르곤 했는데

아직 하구언이 생기기 전이니까

하단 나루터에서 명지 뱃머리를 가려면

이 작은 배를 타는 길외엔 진해로 가는 버스를 타고 구포 쪽으로 한참 빙빙 둘러 가야했다.

 

작은 통통배는

낙동강을 거슬러 한참 올라갔다가

 다시 명지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왔는데

통통배가 중간에 기착하는 곳은 갈대밭 기슭 한군데 뿐이었다.

그곳엔 길다란 장대만 하나 달랑 서 있었다.

사람이 내릴만한 선착장이나 나무다리는 애초부터 만들지도 않았다.

 

배가 강 기슭에 닿으면 여자던지 남자던지

재주껏 폴짝폴짝 뛰어 내려야 했는데

물론 당시는 아베크 족들이 대부분이었다.

 

중간에 내릴 손님이 다 내렸다 싶으면

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목적지로 달아나 버렸는데

간혹 생뚱맞게 둘이서 딴짓을 하다가

미쳐 내리지 못했더라도

 기관장은 전혀 내 소관이 아니란 듯이

배를 되돌리는 짓은 결코 하지 않았다.

 

 

을숙도는 원래 퇴적물이 모여 생긴 섬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사람이 살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할머니 한분이 허름한 집을 짓고 조그마한 밭을 일구며 살았는데

당국의 규제때문인지 어느날 가보니 할머니도 집도 보이지 않았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을숙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나무로 만든 다리인데 갈대 숲과 강과 참 잘 어울렸다.

그 건너편에는 강촌 이라는 라이브 까페가 있어

 젊은이들에게는 그야말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였는데

섬 전체가 갈대 밭이다보니 젊은 연인들에게는 낙원이나 다름없었다.

 

 

오솔길을 따라 연인과 함께 손잡고 걷는 재미도 솔솔했지만

간간이 모래언덕에 앉아 둘만의 속삭임을 나누다보면

우찌 시간이 그리도 빨리 잘 가는지 .......................

 

적어도 명지에서 다시 나오는 마지막 배를 타려면

 해가 지기 전 까지는무조건 갈대밭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넘의 마지막 배 시간이 당시는 우찌 그리도 야속한지.................

(이제 겨우 사랑이 무르익어가는데 시간은 없고 배는 놓치지 않아야하니

가슴이 탈 수 밖에 .....  )

 

우짜다 무드를 잡고 용기를 내어 입이라도 한번 맞추어보려면

해라도 지고 주위도 좀 으스럼해줘야 분위기가 잡히는 법인데

노처녀 노총각 속타는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통통배는 막배시간이면 어김없이 그곳에 잠시 들렸다가 달아나 버렸으니....

 

갈대밭이 워낙 넓다 보니

그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그건 선주가 알바가 아니었다.

 

그런 사연 때문인지 몰라도

 나이가 조금이라도 든 사람들은

을숙도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잊질 못하고 곧잘 술상에서 회자되곤 하였다.

 

 

하긴 이루어진 사랑보다

못다한 사랑이 더 아름답고 애잔하고 오래간다했으니 .......

 

공원을 지나다보니

청마 유치환의 그리움이란 시가

한 켠 구석에 돌로 새겨 놓았던데

 

바람 부는 날 그리운 얼굴을 찾아 헤메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인지

 뭔가 말할 수 없는 어떤 애틋함이 거기에도 진하게 묻어 있었다.

 

원래 인간이란 동물은

 역설적이지만

모든걸 다 갖으면 오히려 더 천박해진다고 누군가 주장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조금 모자란듯한 인간이

더 정도 있고 인간미도 있는 건 사실인가보다.

 

(사실 제 잘났다고 하는 인간치고 재미있는 인간 하나도 없고

너무 이쁘거나 너무 완벽해도 정나미 떨어지고.............)

 

언젠가 바울이라는 사람이 삼층천 까지 올라갔다가

하나님을 뵈었다는데

자기 안질을 좀 고쳐달라고

 하나님께 세번이나 애원을 했는데도

하나님이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하는 말만 하더란다.

어쩌면 그게 백번 옳은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다 채워진 그 어떤 것으로 상상하기 쉽지만

실제로 행복이란 것은

다 채워진 그 어떤 것이 아니라

채워지지 않은 그 어떤 것을 위해

노력하는가운데서

그냥 얻어지는 프로세스일지도 알 수 없다.

 

때문에

행복은

고인 물처럼 항상 머무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흘러가는 강물처럼 떠내려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이제 텅빈 도시가 조금씩 사람들로 채워지는 걸 보니

출근 시간이 임박한가보다.

 

따뜻한 커피라도 한잔 하면서

오늘도 행복을 위해  

탱자탱자하게 살아가자

 

 

(사노라면 언젠가 그게 또 행복이었던걸 ,,,,,,,,,,,,,,,,,,,,,,,,하고 후회하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결혼을 해도

때로는 이루지 못한 사랑의 생채기가

여전히 가심속에 아련히 남아 있듯이

 

미련스럽게 남편이나 마누라한테 들키지말고

지나간 것은 또 그것대로 가슴속에 묻어둔체  

오직 나만의 러브 스토리로 즐기면서 ....

 

 

(비록 을숙도가 아니드래도 예전의 추억이 남아 있는 그 곳을 다시 한번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말이 나와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러브스토리가 뭐 따로 있나

그런게 다 러브 스토리지.

 

 

(원래 영화가 아무리 재미 있어도

못다이룬 자기 러브 스토리보다 

더 짜릿짜릿하고 재미있는 건 이 세상에 없다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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