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6/자갈치 아지매

커피앤레인 2006. 4. 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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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 아지매

 

 

꽤 이른시각이지만

자갈치 어시장은 새벽부터 사람들로 분주하였다.

 

고깃배들이 한꺼번에 들어왔는지

끊임없이 고기를 실어나르는 사람

경매를 받아 나오는 사람

첫 맛수라면서 흥정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아침 잠이 많은 사람들은

이런 광경은 죽었다 깨도 모르겠지만

새벽에

한번쯤 어시장에 나와보면

 여기가 외국이가할 정도로

 이색적인 볼거리들로

볼게 보통 많은게 아니다.

 

 

금방 살아서

물속에서

퍼득대는 넘들이 있는가 하면

이왕 죽을 몸

어서 날잡아잡쇼하고

아예 배때기 깔고 납작 엎드린넘

 

때로는 뭐가 그리 심통이났는지

가는사람에게 물벼락을 맞히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유유히 헤엄치고 돌아다니는 넘 까지

별의별 넘이 다있다.

게중에는

도다리도 있고 광어도 있고 농어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크고 작은 고무다라이 안에는

또 다른 먹거리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꼬막을 비롯해서 조개들이 팔려가길 기다리고 있었고  

싱싱한 게도 허연 배때기를 벌리고 척 늘어져 있었다.

 

마치

한적한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호젓한 산골의 생기와 신선한 바람과

온갖 풀냄새를 맡으며 살듯이  

 

 항구도시의 새벽은

그렇게 살아 움직이는 고기들과

그걸 또 생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로

왁자지끌 하였다.

 

 

특이한 것은

시장안은

사람생김새가 다 다르듯이

사람을 부르는 소리도 다달랐다.

 

-마 이리 오이소........하는 사람부터

-싱싱합니더 구경해 보이소

-방금 들어온거라예 

-싸게 드릴테니 맛수좀 해주이소 하는

자갈치 아지매들의 투박한 사투리가

지나가는사람들의 발을 끌여당겼지만

새벽이라 경계심도 만만찮았다.

 

 

(설마 그럴리는없겠지만 새벽에 멋도모르고 흥정잘못하였다가 그냥 돌아서면 아이고 자야 소금없나 ...........소금좀 뿌리라 하면 고게 몬 개망신이람)

 

 

그러니 물어도 쪼게 인물이 빤드그리하고 만만한데 가서 

 

 

-이 숭어 얼만데요

하고 지 딴엔 내숭을 떨듯이 조심스럽게 물으니

이 아짐씨 십년만에 서방본듯이 반가와하면서

 

 -아이고 어서 오이소 전부 다해서 만원만 주이소 .....하고

착 앤겨붙었다.

내 그럴줄 알았지 ...

그러고는 다른데는 아예 눈도 못돌리도록 입에 침이마르도록

-물건 좋습니더

맛수고 하니까 한마리 더 넣어드릴게예 하고 아양을 떨었다.

(우야노 도망가긴 다 글렀다 아이가 .............하는수없제 )

 

지레 자포자기하고 기껏한다는 말이

 

 

-고기는 싱싱합니꺼

(차암내 ,,,,,그걸 말이라고 하나 아침에 들어온 고기가 그럼 싱싱하지 썩었을까이 ..........말도말도 우예그리못하노)

 

 

아짐씨 요건 내 밥이다 했는가보다

눈이빤짝빤짝 하더니

 

 

-아이고 싱싱하고 말고예

방금 들어왔다 아입니꺼

바로 회 쳐먹어어도 됩니더

썰어 드릴까예

봐라 봐라 순자야

이 가스나 오데 가 삤노

아 조오기 있네

 

요기 손님...... 숭어 회좀 쳐드려라

나는 좀 바빠서예 조리로 가시면

 잘 해드릴겁니더

돈은 요리로 주고예 .....................

 

 

아짐씨는 속사포같이 남이 말할 기회도 주지않고

숭어를 얼른 주어담더니

-잘해드리라이....................하면서

사람을 떼밀듯이 쫓아내었다.

 

(아이고 무서버래이.......................)

 

그래도 뭐 달린 머스마인데

우째 그냥가노 체면이 있지

 

-아무리그렇지만 아지매요

다른 사람 말할기회도 주지않고 아지매가 다 해뿌면 나는 모하능교(괜한 볼멘소리 )

 

-ㅎㅎㅎ

쪼게 봐주이소

아침아잉교

이래안하면 맛수를 못하는기라예

보아하니 예술가 같이 생기셨는데

예술가들은 원래 별로 말이없고 젊잖다아입니꺼

 

-아이고 이 아지매 바래이

사람 병주고 약주네 ....................

 

-언니야 맛수했나

-응......퍼뜩 잘해 드리라

젊잖은 손님이다

오늘 재수있겠다. 고시래,,,,,,,,,,,,,,,,,,,,,,,,,,,,,,,,,,,,,,,이

 

 

아이고 미친다미쳐

 

 

하긴 엉겁결에 숭어횟감을 만원어치 샀지만

그래도 그 아짐씨가 밉지만은 않았다.

아,,,,,,,,,,,,,,,,,,,요게 고 인물값이라는 값이구나

 

 

 

-담에 오시면 지가 쪼게 더 잘해드릴게여

미안함더

오늘 맛수를 아직 못해서예

이해하이소이ㅋㅋㅋㅋㅋ

 

아짐씨 지도 쪼메 심했다 싶었던지 게면쩍게 씨익 웃으며

담에 또 오라고 꼬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