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32/내 지갑이 어디 갔노?

커피앤레인 2006. 5. 2. 11:50

 

 

 

내 지갑이 어디 갔노?

 

 

 

 

 

오래간만에 책이라도 한번 읽어볼까하고

후배 책장에서

로버트올리버가 쓴 신화에 가린 인물 이승만과

춘원 이광수가 쓴 도산 안창호를 꺼내보았다.

 

 

책을 산지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무슨 마음으로 사기는 샀는데

그냥 내버려둬서 그런지 아무리봐도

책을 읽은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데 지갑이 또 없어졌다.

아무리 이곳 저곳을 뒤져보고 생각을해도

딱히  어디에 놔둔건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윗도리 안 주머니에도 손을 넣어보고

바지 뒷 호주머니에도 넣어봐도 놈은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간밤에 술이 좀 과했나보다.

 

 

 

하긴 간밤에 온 전화가 사달이었다.

-아 !우선생님.

-원장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사무실입니다

-그럼 하동집으로 퍼뜩 오이소

내가 우선생님 생각이 나서 소주나 한잔 하자고 전화했습니다.

정원장은 이미 전주가 좀 된 것 같았다.

 

내용인즉 얼마전에 화재가 나 집을 홀라당 다 태워버런  

오여사를 위로한답시고 벌린 자리가

나중에는 군대이야기로 번지자

술이 술을 부른다고 위로는 고사하고 어느새 남자 저거 천지였다.

하루종일 이사하느라 시달렸는지 오여사는 사내들이야 뭐라 하든 말든

아까부터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원래 남자란 동물은 여자이야기하고 군대이야기 빼놓으면

술자리에서 별로 할 얘기가 없는 족속들이었다.

때문에 이미  수십년도 더 되었건만 열나게 기합받았던 이야기로 부터 시작하여

중대장이 어떻니 대대장이 어떻니하다가

나중에는 전라도 따블빽이 어떻니 갱상도 보리 문댕이가 어떻니하고

또 씹어 돌렸다

 

 

갓 등단한 오 시인은 군대 영창간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았다.

하긴 명색이 대학원원장이지만 대학원 원장인 정원장도 빠질 사람이 아니었다. 덩달아

바지를 홀라당까고 대대장 막사를 향하여 오줌을 누다가 

그자리에서 헌병대에 끌려가 좃(?)나게 두들겨 맞은 얘기를 낄낄대며 늘어놓았다.

둘이서 신바람 나게 이야기를 하자 옆에서 졸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오여사가

-아직도 군대이야기 합니까?

하고  못마땅한듯이 한마디했다. 

 

 

 

-그나저나 이번에 고생많았습니다.

-고생은 .......무슨

선생님이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이럴때 힘이 되어드려야 하는데

변변하게 도움이 못되어 너무 염치가없습니다.

 

 

-아이고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다 타고 나니까

그래도 선생님 생각이 제일 많이 나서

목여사하고 전화를 드렸는데

그래도

틈틈이 오셔서 조언도 해주시고

짐도 들어주시고

 오늘 낮엔 캔버스까지 챙겨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저녁을 같이 먹을려고 전화를 드렸는데

휴대폰은 꺼져 있고

사무실에는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아서 마 우리끼리 한 그릇했습니더

 

 

 

-잘 하셨습니다

조금전에 손님하고

저녁먹으러 나갔다가 방금 들어왔습니다

그나저나 형편도 어려운데

고생 많았습니다.

 

 

 

 

여류화가인 오여사는

나이가 60이 훨씬 넘었다는데도 워낙 미모가 뛰어나서그런지 아직도 50대 처럼 고왔다.

특히 한복은 일품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잣집에서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음식솜씨나 예법이나 옷 맵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대개 여자가 그림을 그린다하면 살림은 좀 엉망이었다.

그러나 오여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콩을 쑤거나  김치를 할 때는 물론이고 계절에 따라 소금을 골라 간수를 빼고

간장 /고추장/ 된장은 언제나 직접 자기 손으로 담가 조금씩이라도 나눠주었다.

음식 솜씨가 워낙 좋아  깻잎 김치나 물꽁탕은 일본사람들도 알아주었다. 

 

 

 

그나저나 내 지갑은 오데갔노

 

 

 

(아이고.이런  내 정신 좀 봐라

간밤에 변소 갔다가 변기에 빠트릴까 싶어

지갑을 빼서 세면대 위에 놓아 두고서는 ,,,,,,,,,,,,,,,,,,

 

참 신기하다.

 

그 정신에

우찌 지갑이 변기에 빠질거라고 그렇게 빼 놓았을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