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31/이걸 우야믄 좋노

커피앤레인 2006. 5. 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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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우야믄 좋노

 

 

 

 

 

 

외국의 어느 유명한 학회에서 

병자를 위하여 기도하면

과연 효과가 있는지 어떤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하여

 실험을 하였다고 하였다.

 

 

아마도

두 그룹을 나누어 실험을 한 모양이었는데

한 그룹은

기도하는팀을 붙여서 치료하게 하고

한그룹은

 그냥 일상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하게하였는데

결과는 거의 비슷하였다고 하였다.

 

 

그래서

기도와 치료의 효능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외신이 전하였는데

너무나 황당하고 웃기는 이야기 같았다.

 

 

 

과학은 참 중요하고 위대한 학문이지만

그렇다고

과학이 모든 것을 다 증명할 수는 없는데도

사람들은 과학으로 모든게 풀린다고 맹신하는가 보다.

 

 

 

 

 

 

 

아주 오래전에 얘기인데

멋모르고 교회에 나갈때 였다.

 길을 가다가 울엄마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누군가 황급히 전갈을 해주었다.

당시는 아직 어리고 철이 없을 때라

그것이 무슨말귀인지 조차 알아들질 못했다.

 

 

 

요사이 같으면

그것이 중풍의 초기라던지

아니면 뇌출혈 이라고 생각하겟지만

당시는 그런것 조차 알 나이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이건 병원에 갈일이 아니고

용한 침술원에 데리고 간다고하여

억지로 그곳엘 데리고 갔는데

그곳엔 그야말로

그러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 속에

울 애미가 갑자기 쓰러져 말도 못하고

육신도 움직이지 못하니

참으로 황당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손위 누나는 사범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겨우 함양서상인가 서하인가

신삐 교사로 발령을 받고 간지 얼마 안되어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울애미는 아직도 젊은 나이인데

이제부터 병상에서 누우면

언제쯤  완쾌되어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기약없는 전쟁과도 같은 현실에 부닥치자

어린 나이에도 앞날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지 .....................

어떻게 해야해 .......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을 뿐이지 누구하나  답을 가르쳐줄 사람도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고 맹한 교회에 가서

울 애미를 위하여  기도 좀 해주세요 하고 싶지도 않았고

혼자 고민 고민 하다가

이 태직이라는 친구 아버님 생각이 얼핏 떠 올랐다.

 

 

그 어른도 오래동안 중풍으로 고생하셨는데

기도를 하고

거뜬이 나았다고 한 간증을 들은 것이  불현듯 떠올라 

그래

다음날 부터

 죽기 아니면 살기로

나도 새벽기도회에 나가자하고  결심을 하였다.

 

 

울집에서 교회까지는

뛰어가도 2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는데

긴긴 동지 섣달에

살을 에이는듯한  추위도 모릅쓰고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교회에 달려가 기도를 하곤 하였다.

 

 

목사님이 매일아침 새벽기도를 인도하셨지만

그건 귀에도 들리지도 않았고

일단 예배가 끝나고 나면

 

 

 

-하나님요 울 애미 좀 살려 주이소

그라고 살려줘도 손발도 못움직이는 병신되면 모할껍니꺼

손 발도 다 돌아오고

시장도 보고 밥도 하고 일도 할 수있도록 해주이소

그라고 아무리 못살아도 60까지는 살아야 안되겠습니꺼

그라니 지발 장수하게 해주시고예

그리고예 지가 살려주시면

한번은 교회 꼭 델고갈게예

고건 확실히 약속하겠슴니더

우쨌던 부탁합니더이 ,,,,,,,,,,,,,,,,,,,,,,,,,,,,,,,,하고

 

빌고 또 빌고 또 빌었다.

 

 

 

기도가 끝나고 나면

또 그 컴컴한  겨울 새벽길을  뛰어서 집에 돌아와서는

새벽기도가기전에

연탄불에 올려놓았던

약탕 속의 한약이 다 끓였는지 보고는

나무젓가락으로

삼베로 뽈끈 자서는

 

 

_어무이요 이것 먹고 기운 차리이소

내가 매일 기도하니까

어무이 꼭 나을겁니더

그러니 마음 단단히 묵으이소이 ,,,

하고 약사발을 입에 넣어주면

 

 

울애미는

이 넘의 자슥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만 끔벅 끔벅했다.

 

 

(지금도 생각하니 눈물이 쪼메 난다)

 

 

 

암튼

어린나이에

우찌 고런 용기가 났는지

그리고 겁도 없었던지 (사실은 무지 겁도 많은데 )

 매일 새벽어김없이  4시에 일어나

약탕에 한약재를 올리고는

교회로 뛰어가 기도하고 또 기도를 했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새벽기도는 하루도 빠지지 않았는데

 

 

그러기를

한달이 가고 두 달이 채 가기전에

울 어무이가 어느날 병상에서 조금씩 움직이는기미를 보이더니

마침내 툴툴 털고일어나더니

마 밥도하고 빨래도하고 시장도 보고 그러는게 아닌가..

 

 

 

(아이고 하나님요 감사합니더

이 은혜는 평생 안잊을껍니더

고맙심더이...............)

 

 

그  뒤로는 울 엄마는 한번도 병상에 눕지도  않았고

병치례도 하지 않았는데

 60을 훨 넘어 잠자듯이 조용히  돌아가셨다.

 

 

60 다 되자

어느날 하나님하고 약속한게 불현듯 생각이 났다. 

 

-어무이요

어무이는 모가 젤 맛있는데여

모가 젤 먹고싶은지 한번 말해보이소

-와

니가 사줄거가

-예 제가 한 그릇 사드릴게예

 

 

-나는 마 맛있는 추어탕이나 한그릇 먹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라믄 부평동에 추어탕 억수로 잘하는집 있는데

이번주 일요일날 가입시더

-일요일은 니 에배당에가야 안하나

-예 가는길에

어무이하고 잠시 교회가서 예배드리고

그길로 점심 먹으러  가면 안되겠심니꺼

 

-니 고 뭐라커노

나를 전더하려고 그러는거제

 

 

-아이고 전도는 무신 전도여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 교회들렸다가면

점심시간하고 딱 맞으니까 그라는거지예

그라고

어무이하고 올만에

점심 한그릇하고 싶어서 안그랍니꺼  

-하기사

니가 가는데가 모하는지

 한번도 안가봤는데 

 가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겠제

그럼 다음 일요일 가기로하자

근데 교회갈려면 노래도 못부르른데 괜찮나

 

 

-아이고 그런 걱정 안하셔도 됩니더

지가 옆에 있을 테니까 어무이는 그냥 가만 앉아만 있으면 됩니더

-그래 그럼

가보지뭐

 

 

 

 

 

 

-어무이 오늘 교회가니 어떻습디꺼? 좋지예 .....

-응

-다음에 또 가입시더이

-야야  그런데 나는 가니까

와그리 모리가 아프노

 

 

 

-그래예 고것 참 이상하네

고넘의 마귀라는넘이 배가 아파서 그런가봅니더

 

 

-고게 뭐꼬

-마 그런게 있심더

-담주도 또 가면 지가 어무이 좋아하는 추어탕 또 사들릴게예

-추어탕은 뭐할라고  ................

한번 먹었으면 됐지

몬 추어탕을 매일 먹노

돈도 새 버렸다

 

 

 

 

(고게 울 엄마 일생 처음 교회간날이자 마지막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