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35/부자가 따로 있나

커피앤레인 2006. 5. 5. 09:48

부자가 따로 있나 

 

 

 

 

연휴 첫날이라 그런지 거리가 너무 조용하다.

바깥을 잠시 내려다 보니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어디서 자다 왔는지  

한 사나이가 꾀죄죄한 얼굴로

전봇대 옆을 지나가는게 보였다.

 

 

마즌편은

방금 시모노세끼에서 배가 도착하였는지

일본인 여자 세명이 가방을 끌고

좌우를 잠시 두리번 거리더니 어디론가 목적지를 향하여 발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바람이 이따금 부나보다.창문을 들거덕거리더니  

하늘엔 더 센 바람이 부는지 구름이 북쪽으로 빠르게 이동하였다.

 

 

 

방향은 달라도 제각끔 다들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는가보다.

정작 제주도와 동남아로 떠나는 비행기 좌석표는 이미 동이 난지 오래 되었다고 하였다.

다들 떠나고 나니  올만에 도시가 내 차지가 된 것 같아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

굳이 땅 한평  안사도 일년에 몇번은

이 도시 전체가 내 것이었다.

 

 

한데도 겨우 한평도 아닌 반평 남짓한 것을 가지고

네 담이 우리 땅을 침범했니 안했니하고 싸우는 걸 보면

인간들은 너 남없이 타고날 때 부터 쫌생이 기질을 타고난 모양이었다.

 

 

도시가 텅 비었으니

오늘만큼은  목청껏 노래를 불러도 시비할 놈이 없겠제. 

한데 노래방 가면 늘 부르던 노래도 선뜻 안 떠오르듯이

레퍼토리가 늘 문제였다.

오늘은 좀 청승맞아도 아무래도  며칠전에 배운

꿈꾸는 백마강이 좋을것 같은데   

그래도 마지막은 체면상 찬송가를 한 곡 불러야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만약에 하나님이 하늘에서 귀를 기우리고 들으신다면

전반부는 안듣고 후반부만 들을까

아니면 가요도 듣고 찬송가도 들을까.......................................하고 그게 참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