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38/아줌마는 통화중

커피앤레인 2006. 5. 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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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통화중

 

 

 

 

연록색 잎 사이 사이로

밝은 햇살이 오후의 소롯길을 환하게 밝혔다.

숲속은 적당한 간격을 서로 유지한체

저들 나름대로의 생존법칙에 익숙한지

전날에 내린 비 때문이겠지만 잎들이

그렇게 싱그러울 수가 없었다.

가까이 어디엔가 계곡이 있는지

물내려가는 소리가 제법 괄괄거렸다.

 

 

랜드스케잎(landscape)관계로

산을 몇번 오르락 내르락 했더니

나중엔 다리도 후들거리고 허리도 묵찍했다.

 

 

그런영향인지 간밤엔 통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너무 피곤하면 오히려 잠도 안오는 모양이다.

더우기 소녀와 아짐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잠시

부산나들이를 왔다가

차표가 매진되어 입석을 타고 간다고해서

더 마음이 심란했다.

 

 

저녁 무렵에

겨우 부산에 도착하여 등더리 깔고 쭉 뻗어있는데

전화가 따르릉 하길래 억지로 받았더니

소녀와 아짐씨 였다.

 

 

 

부산구경은 잘했느냐고 안부전화 몇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더니

아무래도 기분이 찜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대접은 못할망정

엎어지면 코 댈땐데

피곤하다고 축 늘어져만 있으려니

착한(?)마음에 자꾸만 갈등이 생겼다.

 

 

아이고 마 자자 하는 놈과  

그래도 사람이 우찌 그렇노 코빼기라도 보여야지 하는 놈이

 

 

지거끼리 한참동안 치고 박고 해샀더니  

한 놈이 깨고라져뿌렸는지

힘센 놈이 전화기를 낼렴 잡고서는

다이얼을 눌러대었다.

 

 

몇번 신호음이 가더니

고객이 우짜고 저짜고 하더니 통화중이라고 하였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다시 눌렸더니 아직도 통화중이었다.

 

 

무슨 말이 그리 많은지

아마도 옆지기한테

고주알 메주알 하느라

정신이 없나보다하고 한참동안 더 기다린 후

다시

다이얼을 눌렀더니

 여전히 그 알량한(?) 고객께서는

통화중이라 연결을 할 수 없다고만  알려주었다.

 

 

(아짐씨 들이란

우찌 그리 다 똑 같노....해사면서

혼자 씨부렁 씨부렁 하였다)

 

 

암튼

부산뇨자나 설 뇨자나

전화통 회사사장하고

다들 무슨 사돈을 맺을일 있는지

한번 들었다하면 끝이 없으니 ........원

 

 

 

우찌

잘가거래이 하는 말 한마디 하기가 

 요리도 힘이드는지 ...

 

 

겨우겨우 신호음이 떨어졌길래

 

 

-아이고 무슨 전화를 그리오래해여

내가 신호 한것만 30분 이상인데......하고 볼맨소리로 좀 씨불렁거렸더니   

 

-내가 그렇게 오래했나..하고

본인은 오히려 모르고 있었다.

(보소 아짐씨야 전화도 던이여 던 ㅋㅋㅋ)

 

 

 

 

하기사

지 얘기에 정신 팔리다보면

그게 10분인지 40분인지

돈인지 엽전인지 구분이 우찌 되겠노 ,,,,,,,,,,,,,,,,,,,,,,,,,,,,,,,

(죽는넘은 조조군사 라고 옆지기들만 고상고상이지 웃샤 웃샤 ㅋㅋㅋ)

 

 

 

 

-그나저나 우야노

-왜여

-여기까지 왔는데 만나지도 못하고

-글세 말이여

다른건 안해도 얼굴이라도 잠시 봤으면 했는데 ..

기차시간이 다되었으니 이젠 어쩌겠어여 .......

 

하고 말은 했지만

말투가 아무래도 쪼메 서운한 투 같았다

 

 

-그럼 에스컬레이트앞에 기다려요

10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까

가는 거라도 보고올게  

그냥 입은 그대로  잠바에 모자만 하나 걸치고 나갈게

-피곤한데 뭐얼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피곤해도 얼굴이라도 싰어야지하고

얼른 상판때기를 비누로 싰고 로션을 후다닥 쳐바른다음

모자를 푹 눌러섰다.

그리고 더 이상 거울보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거니와

꾸며봐야 그 얼굴에 햇살인데

또 꾸민들 모하겠어여 선 볼 것도 아니고,,,,,,아무튼 후다닥 )

 

불과 5분이었지만 그나마 얼굴이라도 보고나니 기분이 한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