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39/산부인과

커피앤레인 2006. 5. 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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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우리가 어렸을 땐 가스나 머스마가 모여서 니꺼 보여주면 내것도 보여줄게 하고 장난을 했다.

하지만 언제나 말만 그랬지 한번도 그런 짓을 해보진 못했다.

그런 때문인지 성은 언제나 신비로 남아있었다.

아마도 한때나마 산부인과 의사가 되고 싶었던 것도 그런 잠재의영향이 컸던 것 같았다.

2002년 월트컵 때 가장 인상에 남는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카드색션이었다.

한데 살아보니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느닷없이 깨어지기도 하였다.

 

 

어느 날  부산에서도 꽤 유명한 P 산부인과 원장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부 인테리어를 좀 바꾸고 싶은데

언제 시간을 낼 수있느냐고 물었다.

 

 

아직도

아련한 옛사랑의 희미한 그림자처럼

산무인과 의사에 대한 연민의 정이 남아 있었던 탓일까?

기대반 호기심 반으로

예정된 시간에

P산부인과 원장실에 들렸더니

여인들이 여럿이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원장은 마침 진료중이니 차를 한잔 마시면서 

기다리라고 간호사가 말했다.

 

 

 

소파에 앉아  대기실 여자들을 흘낏흘낏 쳐다보았더니

주로 30대 여인이라 그런지 하나같이 몸매가 괜찮아 보였다.

 

원장은 한참 후 흰 가운을 입은 채로 나왔다.

병원전체를 한번 구경하고 요즘 세대에 맞게

디자인을 좀 세련되게 바꾸어달라고 했다.

원장은 대기실/접수실/ 주사실/ 입원실/ 약제실/ 분만실/간호사실 등을 거쳐

마침내 원장실과 진료실로 안내하더니 기구 하나하나를 설명하였다.

 

 

 

디자인을 하려면 적어도 방의 규모와 용도. 기구와

필요한 집기등 도구를 일일이 숙지해야할 때가 많았다.

 뿐만아니라 세세하게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이고..........하고

어느정도는 알고 있어야 레이아웃을 잡을 때 별 문제가 없었다.

 

건물 전체를 다 둘러본 뒤

원장이 주로  일하는 진료실에 들어가니

중간에 커텐이 쳐져있있고 족쇄같은게 천장에 덩그렇게 매달려있었다.

그냥 편안하게 누워 진료만 받는줄 알았지

두 다리를 쩍 벌린 채 하늘 높이 매달려있다는건 당시로서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포로노 영화에서나 봤던건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띵했다.

당시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갑자기 어디 아프냐고 ,,,,,,,,,,,,,,,,,,,,,,,,,,,,,,,원장이 물었다.

 

 

-아  아닙니다

소독약 냄새 때문인지

약간 현기증납니다.했더니

그럼 다음 언제든지 와서 필요한것을 다시 천천히 체크해 가라고하였다.

 

 

 

-알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하고

밖으로 빠져나오니 그날따라 푸른 하늘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남자로 태어난게 축복이었다.

 

 

 

(사실 말은 안했지만 이건 백정이나 하는직업이지 의사가 하는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아이고 하나님

감사합니데이  

정말 감사합니데이.

산부인과 의사 안된게

얼마나 감사한지 ........................................

사실 난 열두번 더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어쩌면 의사라는 직업은 하늘이 내려준 천직이었다.)

아무튼 나같이 야시꾸리 생각하는 인간은 절대 못 할 직업이 산부인과 의사였다.

 

 

 

그나저나 요즘은 다들 아를 안낳는다 하던데

이일을 우야믄 좋노 ..............................

늦더라도 마누라 꼬셔가지고 여자애 하나 더 낳을걸 후회가 막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