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41/손익계산서

커피앤레인 2006. 5. 11. 07:25

 

11790

손익

 

 

 

 

 

창 틈으로 담배 태우는 냄새가 스몰스몰 기어들어왔다.

아마도 아래층에 사는 여자가

밤 일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한대 꼬시라는 중인 것 같았다.

그 여자는 어딜 그렇게 돌아 다니는지 꼭 이 시간이면 집에 들어왔다.

새벽에 맡는 담배연기는 정말 싫었지만

그렇다고 그 여자를 찾아가 제발 새벽에 담배 좀 피우지 말라고

잔소리할 처지는 아니었다.

예전에 살았던 아파트도 꼭 이시간이면

이상한 냄새를 퍼 올렸는데

근처에 있는 염색공단에서 나오는 냄새 같았다.

워낙 꼭두새벽에 화공약품 비슷한 냄새를 내 보냈기 때문에

잠에 골아 떨어진 주민들은  거의 알지 못하였지만

때로는 기분이 나쁠만큼 그 냄새가 역겨웠다.

 

 

 

 

 

 

 

 

 

여자나 남자나 누구에게나

안으로 꽁꽁 숨겨 놓은 어떤 비밀 같은걸

가슴속에 감춰두고 있었다.

 

 

희안하게도 겉으로는 너무나 성실하고

나무랄데 없이 야무진 여자도 때로는 자기 남자를 가슴속에서 밀어낼려고

안달이었다.

 

 

그러나  정작 미련곰탱이 같은 남편은

자기 자가 외로워 다른 사랑을 찾아  헤메는데도  

넉살좋게 밥만 한그릇 뚝딱하고는

팔자좋게 큰 대자로 잠만 자빠져잤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누군가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였는데

실은 여자의 배반이라는 말을 차마 낯짝 뚜껍게 쓸수없어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이해할 수없는 것들이

 참 많이 있지만 여자만큼 재미있는 인간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사랑이라는 개념도

남녀간에 생각하는 각도가 서로 달라서 그런지

둘이서 눈에 콩깍지가 끼었을 때는

있는 것 없는 것 다 주고 받으면서

할 짓 못할 짓 다 해놓고서는 

꼭 헤어질 때만 되면

여자는 대체로 자기만 억울하게 당한것 처럼

내가 저 인간에게 해준게 얼만데 .......

하고 꼭 본전타령을 하였다.

 

 

그러나 열불나게 씨부렁거리는 것을

꾸욱 참고 들어보면 ,,,,,,,,,,,,,

와 니가 내 것 다 따먹고

별로 해준것도 없이 

이게 뭐꼬............. 하는  신세타령이었다.

 

 

 

 

원래 사랑이라는게

눈에 콩깍지가 쓰이면  

누구나 섹스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한데 남자는 사랑을 하면

섹스라는 과정을 50대 50대 비율로

지분참여로 생각한 반면에 여자는 몰빵으로 생각했다.

 

 

 

그러니 헤어질땐

남자는 동업을 하다

성질 더러븐 인간 만나 고생만 진땅하다가

제돈만 날렸다고 생각하는 반면 

여자는 들어간 밑천이 얼마인데

아이고 내 팔자야 ,,,,,,,,,,,,,,,,,,,하고

입에 거품을 물고

욕을 바락바락해댔다.

하지만 요즘은 여자도 자기주머니를 별도로 차서 그런지

예전처럼 그렇게 쥐어뜯고 싸우고 꼴상사납게 울지는 않았다.

 

 

 

암튼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완전히 갖지 못하듯이

남자 역시

 여자의 마음을 온전히 갖지 못하는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무슨 뿅맞은 사람처럼 사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젊으나 늙으나 흐느적 흐느적하긴 매일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