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고 대학교
비가 제법 많이 왔나보다,
이웃집 옥상바닥에 물이 가득하였다.
며칠 전 부터
옆집에서 수리를 하는지 하루종일 전기드릴 소리가 요란스러웠다.
비 오는날은
희안하게도 새들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기사 우산도 없는 넘들이니
이런 날은 아무집 처마 밑에 숨어서
그냥 저거끼리 씨부렁거리며 노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밖에 나가도 먹거리가 시원찮으니
저거들도 고민이 많을게다.
예전에는 아무데서나 논고동도 주어먹고
메뚜기도 잡아 먹었는데
못된 인간들이 하도 농약을 많이 치니까
이젠 그것 마저 제대로 먹을수 없다고 분통을 갑자기 사무실에 식구가 둘이 더 늘었다.
경기가 예사롭지 않자
다들 위기의식이 느껴졌는지
저마다 사무실을 접고
한 집구석으로 제다 몰려들었다.
하긴 요즘 경기에
왠만한 간이 아니면
지 마눌 엉덩이라도 한번 더 만져볼라면
정신 바짝 차려야지
그렇지 않고 예전처럼 찔락거렸다간
있는 지 마누라도 간수 못할 세상이다.
원래 마눌이라는 동물은
돈이 없으면 늘 하던 짓도 재미가 없어하는 동물이었다.
돈도 하루이틀 안갖다줘야지
허구장천 사업이 안된다고
돈을 안줘봐라
사흘 굶은 시어미처럼
새초롬 해가지고
오늘 부터 각방 쓰입시더하고
아아들 방으로 쪼르르 달려가지...................
언감생심
이 세상에 있는 것 중에서
둘이 눈이 맞아
유일하게 도장찍고 복사하고 등기하고
공증까지 마치고
이제부터 당신은 내 것하고........
-자기야
-응
-뽀뽀
해사면서
확실하게 내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그 궁뎅이마저
내껄 와 니맘대로
돈도 안갖다주면서 또 실실 만질려고 하노 하면서
무전취식하는 불한당취급 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작은 방으로 건너가버리면
사내는
한동안 멍하니 천장만 끔벅끔벅 쳐다보다가
홧김에 끊었던 담배를 꺼내물었다.
생전에 울 애미 하는 말씀
사람이 던이 없으면 떵보다 더 더럽데이.......................
그러니 특히 싸내는 던이 있어야 하는기라.
(울 오메는 어느 대학교 철학과를 나왔는지
가르치는 것 마다 우찌 그리 심오하고 명쾌한지 )
-어무이요 어무이는 젊었을 때 어느 대학 나왔심니꺼...
-그건 와 묻노
-하도 궁금해서예
-묵고 대학 안 나왔나
-묵고대학이 오덴데예
-묵고대학이 묵고 대학이지 오데 있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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