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88/비 오는 날

커피앤레인 2006. 6. 30. 12:30
14181

 

 

14181

비 오는 날

 

 

간밤엔 비바람과 천둥이 몰아치더니

창틈으로 가는 빗방울만 보였다.

엿 같은 하루가 지나고 나니

다소 마음이 안정되었지만

기분은 여전히 분기로 탱천하였다.

인생이란 길이

마치 긴 여정을 떠나는 것처럼

어느 날은 평탄한 길을 걷다가도

어느날은 가파른 길로 내 몰리기도 하였다.

 

 

 

우산을 쓰고 길거리를 나서자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속을

잠시 스쳐지나갔다.

시간이 흐르니 그나마 조금씩 혼란스러운 마음들이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때때로 사람은 고난을 껶으면서 더 성숙해지나보다.

 

 

사무실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다들 현장에 나가 있어서 그런지

아예 아무도 들어오질 않았다.

여자아이는 집안 일 때문에

당분간 휴가를 떠난다하고 나가버렸다.

후배하고 뭔 일이 있는지

숫제 돌아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젠 배수빈 선생이 책을 한권 선물하였다.

육명심씨가 쓴

사진으로 부터 자유라는 책이었는데

아마도 일부러 돈을 주고 산 모양이었다.

사무실 컴퓨터가 또 말썽을 부렸다.

설마 간밤에 천둥번개가 쳤다고 뭐가 잘못된 건 아니겠지.

언제부터인가 휴대폰이 안되든가 컴퓨터가 안되면

마치 외딴 섬에 홀로 떨어진 것 처럼 일이 손에 잡히지않았다.

 

 

오늘따라  미우라 아야꼬 생각이 간절했다.

그녀는 오랜동안 폐결핵을 앓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폐결핵을 앓은 사람은 그녀만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는 용케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빙점이란 책을 썼다.

그녀의 글은 언제나 단순하면서도 솔직 담백해서 좋았다.

비오는 날 그녀의 이름을 떠올린 것은

그녀의 책 제목 때문이었다.

 

 

살며 생각하며 ...............................

 

 

산다는 건 어쩌면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

수많은 감정과 감정을 추스려야하고

때론 시답잖은 인간들과 싸워야하고

조금이라도 자존심을 지키려면

얻는 것 보다 잃는게 더 많은게 인생이었다.

 

 

그러면서 가슴 한구석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고독이

스몰스몰 사람을 괴롭혔다.

 

 

오후엔

비라도 흠뻑 왔으면 좋겠다.

 

 

비오는

광복로를 걸으면서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경계/ 긴장/ 냉정/ 이라는 낱말이 주는

생의 의미를 좀 더 헤아려보고 싶었다.

그런데도 마음은

어딘가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 곳이라면

인간을 피해 그렇게 혼자 훌쩍 떠나고 싶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