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90/절영로 해변길

커피앤레인 2006. 7. 3. 10:41

이 사진은 하얀 울타리님이 찍은 사진입니다.

 

14313

 

절영로 해변길  

 

 

 

 

올만에 파도와 바다와 호젓함에 취해서

태종대 감지해변에서

절영 해변산책로를 무려 5시간 가까이 걸었더니

나중엔 목이 마르고 몸이 나른했다.

아무래도 휴대폰을

용두산 다방에 두고 온 것 같았다.

 

 

전화를 여러번 때렸지만

아직 이른 시각이라그런지

신호음만 요란했지 묵묵부답이었다.

 

 

감지해변은 태종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불과 200여 미터가 채 않되었다.

흔히 자갈 마당이라고도 불렀는데

바닷가이지만 모래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크고작은 자갈들이

1km 가까이 뻗어있어 궁뎅이를 깔고

앉아 있기엔 안성마춤이었다.

 

 

크고 작은 천막들을 쳐 놓고

아짐씨들이 소주한잔에 멍기 한접시 하라고

유혹을 했지만

갈길이 바빠 애써 사양하고 산길로 접어더니

아름다운 꽃들이 누구를 닮았는지 귀여워보였다.

절영로 산책길은 태종대 못지않을 정도로 절경이지만

사람들에게 아직도 잘 알려지지않아  산길이 꽤 호젖했다.

감지해변을 따라 산길을 가면 그 끝머리에

교회가 있었다.

도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왕대가 울창한 교회였다.

마침 일요일이라그런지

밴드소리가 요란했다.

 

 

예전에 목사관을 지어주면서 맺은 인연때문에라도 

 잠시 들어갔더니 일전에 심었던 벚나무며 개나리들이

어느새 세월이 그렇게 훌쩍 흘러 가버렸는지 내 키 두배이상이나

역시 세월이 가면 인걸은 간데 없지만 나무는 그대로 있는지 그나마

옛정이 새로왔다.

 

 

저녁무렵이고 한시간 이상을 걸은 탓인지 배가 고팠다.

해서 온김에  정옥이도 볼겸   포항물회집에 들렸더니

죽은 지 서방 돌아온 것 보다 더 반가와 했다.

하긴 안온지도 꽤 오래 되었으니

얼마나 반가웠으랴 ................

그동안 어디 갔느냐 ?뭐 했느냐? 왜 안왔느냐?해사면서 연방 조잘되었다.

밥값도 오늘은 지가 낸다고 했다.

 

 

하지만 사내주제에

 아녀자 밥이나 얻어먹고 살 정도는 아니라 생각하여

공기밥 값까지 주었더니 굳이 천원을 되돌려주었다.

 

 

그러한  반가움도 잠시 아쉬운 미련을 애써 털어버리고

다시 길을 따라 절영로 산책길로 접어드니

 파도소리가 가슴을 후련하게 하였다.

 

 

절영로 산책길은 바닷가를 따라 10리 가까이 절벽아래로 쭉 나  있기 때문에

혼자 걷기엔 너무 안성마춤이었다.

 

 

밤길이었지만 여기저기 강태공들이

밤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좋은 풍광이 나오면

가로등을 의지하여 노 후레쉬로 샤터를 연방 터뜨렸는데

36판짜리 필름이 벌써 바닥이 났는지  신호음을 계속하여 울려댔다.

 

 

밤길이라 

파도를 보며

오줌을 눠도  조금도  부끄러울게 없었다.

그래서 그랬을까?끊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에 취해

휴대폰도 다 내버렸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