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85/숨겨놓은 돈은 따로 있는가베

커피앤레인 2006. 6. 27. 10:03

 

14028

 

숨겨놓은 돈은 따로 있는가베

 

 

눈을 뜨니 어김없이

새벽 5시 50분

그 시각이었다.

 

수필가로 등단한 현기와

간밤에 너무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의식은 뚜렸하였지만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텅빈 부산역 광장을 보면서

아침햇살을 만끽하며

천천히

그리고 느릿느릿하게

 사무실을 향해 길을 걸으며

올만에  느긋함을 즐겼다. 

 

 

지난

몇주간의 전투는

돈과 시간과 감각과 일꾼들과

한데 버물려 싸운 그야말로

피나는 비빔밥 전투였지만

빠른 시간에

그런대로 좋은 작품하나를 남길 수 있어 무엇보다

기분이 가뿐했다.

 

 

맨처음 작업 의뢰를 받았을 때만해도

공사비의 절반도 않되는 돈으로

과연 무얼할수 있을까하고

너무너무 신경이 곤두섰는데

그나마 이렇게 아름답게 마무리가 되고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그래도

비오는날 

처음 현장에서 느낀 느낌은 

아무래도 지울수가 없었다.

 

  

 텅빈 공간에

전에 있었던  사람들이 해 놓았던

그 어설픈 인테리어를 보면서

느끼는  황량함이란 ......................................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표현하기 조차 힘들만큼

유치찬란한 촌스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것도 좋다고 벽지만 새로 바르고   

의자와 테이블만 갖다 놓으면

된다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우겨대는 서분이와

개거품을 물고 싸웠던 일들이

이젠

마치 고스란히 간직해야할 추억처럼

그렇게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한데 오늘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렇게  혼자 고독을 즐기며 걸어가고 싶었던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누군가 전화를 하였다.

서분이 옆지기였다.

 

 

 

어제부터

서분이와 서분이 옆지기는

기분이 좋은지

하루종일 쓸고 딱고하면서

 현장에서 떠날줄을 몰랐는데

오늘 아침에도 더 일찍 현장에 나왔는지

생과일 쥬스나 한잔하자 하였다.

 

 

한동안은

칸막이가 어떻니

조명이 어떻니

벽이 어떻니 하면서

둘이서 남 일하는데

꼬장지기는 것도 아니고 

 지랄염병을 다 떨더니만

어제는

모든것이 제자리에 앉히자

비로소

아 이게 인테리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못하나도 제손으로 치는걸 겁을 내고

오데 칠까요 하고 귀찮을 정도로 물었다.

 

 

 

그래도

내가 만든 작품이니

그림을 놓을 자리며

조각을 놓을 자리며

꽃을 놓을 자리를 일일이 설명을 해주었더니

그제사 밑그림이 그려지는지

이왕 만든 작품

돈은 지가 줄테니 모든걸 다 해달라고 

 또 생글생글거리며 아양을 떨었다.

(돈이 없다고 앓는 소릴 열두번 더 하더니

오데 꼬불치 놓은 돈이 따로 있었는가베 ........................

못믿을게 뇨자가?)

 

 

 

(문디같은 뇬 그라믄 첨부터 좀편하게 일할수 있도록 해주지 )

 

 

 

어차피 묻힌 것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작품을 구하는 것도

그리 쉬운 것도 아니고  

 

 

더구나 좋은 작가를 아는 것도 어렵지만

거기에 딱 맞는  작품을

싼값에 구입하는것도

일반사람들에게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닐터라

 

 

 

유화 두점과 벽걸이용 시계는

그냥 선물할 테니까

조각품과 꽃값과 도자기 값만

지불하라고 했더니

입이 한바가지가 되어서

뭐가 먹고 싶으냐고 느스레를 떨며 오늘밤은 지가 쏜다나 ..........................

 

(아유 이걸 .....................................아는게 죄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