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83/자연세탁

커피앤레인 2006. 6. 22. 10:55

 

13808

 

자연세탁

 

 

가는 빗줄기가 장마를 알리는

서곡처럼 그렇게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이제 한달여 동안

밉던 곱던 이 넘의 심술을 받아들이며

올해도 그와 더부러 공존하는 법을

익혀야 할 게 뻔한 노릇이지만

 

 

하긴

 아직은 건축공사를

시작 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장대비가 쏱아지던지

밤새 호우가  휩쓸고 지나가더라도

별 걱정은 없었다.

 

 

 

 

 

 

 

늦게 샤워를 마치고

현장에 들렸더니

김씨가 이쁜 아짐씨와 함께 마루판을 깔고 있었다.

 

 

오늘은 일부러

다른 작업꾼들은 붙이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현장이 한결 조용했다.

 

 

원래

바닥작업을 할땐

차분하게 천천히 깔도록

좀더 많은 배려를 해주어야

이음새도 반듯하고 중간에 들고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미쳐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된 부분만 확인하고 

식당에 들려 비도오고

사람도 적으니

특별메뉴로

껍데기 감자전골을 해 주라고 일렀다.

 

 

 

 

 

 

 

간밤에 올라온 댓글을 확인하고

일기 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언 넘이 마이크로 수박사라고

갑자기 떠들어 댔다.

 

 

너무 시끄러워 

약간 신경질이 날려고 하였지만

다 먹고 살려고 저러는데 싶어

그냥 꾸욱 참았지만

똑같은 멘트를 계속해서 씨부렁거려서

귀가 송신했다.

 

 

 

그래도 멘트가 잼있어 귀동냥삼아

한번 아래를 내려봤더니

비가 와서 그런지 아무도 사러오지 않았다.

 

 

스피커에서는 계속해서 멘트가 흘러나오고

수박장수는 비가  오니까 지도 나오기가 싫었는지

운전대 앞에서 담배만 뻐끔뻐끔 피우고 있었다.

 

멘트 1

 

 

_아줌마들 수박사러오이소 수박사러오이소

자 .......................

비는 오지요 장사는 안되지요

에라이 모르겠다.

강호동이 대갈통만한 수박이  단돈 2천원 3천원씩

퍼뜩 사러오이소이

 

 

 

 

멘트 2

- 아줌마들 수박사러오이소 수박

지금부터 한통에 2천원 3천원씩

아줌마 마음에 쏘옥 드는 껍질 얇고

달달한 수박이 2천원 3천원씩........하면서

쉴새없이 지껄었다.

 

 

그러나 비가와서 그런지 아니면

그넘의 아짐씨들도 비가 오는 날은

다들 날궂이를 하는지 코빼기도 안보였다.

 

 

 

누구는 비오는 날을 무척 싫어해서

아예 바깥 출입조차 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왠지 물하고는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건지

잠을 자다가도 비만오면

어릴 때 부터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고 물 좋은 카바레나 나이트는 체질이 아니다여

물도 물 나름이지 ㅋㅋㅋㅋㅋ)

 

 

호우가 쏱아지는날

특히 아파트 거실에 앉아 있으면

그렇게 신바람이 날 수가 없었는데

 

그런날은

폼 팍잡고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마샤 미야스키의 첼로연주를 들으면

그야말로 아무생각이 없었다.

 

 

그냥 멍청한 그 상태 그 자체를 즐기면서

혼자 좋아라하는

그 바보스러움이란..............................

 

 

(안해보면 모를꺼여 ............) 

 

 

연레행사처럼

매년 겪는 일이지만

장마철엔 한번쯤은 자연세탁을 하고 집으로 왔는데

올핸 또 어디에 갔다 오면서

팬티까지 홀라당 젖는 자연세탁을 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

 

 

 

비가 오는 이런날은

아무 기약도 없이 그렇게 긴 여행을 하고 싶은 것은

아직도 남은 어떤 미련때문일까 ?하고

 씨잘데 없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