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9/옥선이 엄마

커피앤레인 2006. 6. 18. 11:47

 

옥선이 엄마

 

 

방 청소를 대충 끝내고

천천히 걸어서 택사스 골목길을 따라

삼실로 향하였더니

 

 

 

이른 아침인데도

택사스 골목길엔

러시아애들이 길거리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차를 즐기며

이국에서의 아침을 만끽하고 있었다.

 

 

간혹 금발의 미인들이 눈을 어지럽혔지만

아침이라그런지 별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간혹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러시아말을 씨부렁 거려

나도 (즈)드라스뷔쩨라던지 쓰빠시버 하고

간단하게 대꾸를 해주었다.

 

 

드라스뷔쩨는 반갑다는 인사말이고

쓰바시버는 고맙다는 표현이었다.

 

 

 

 

 

전날 밤 페인트작업은

야간작업을 해서그런지

밝은 대낮에 보니 여기저기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꼼꼼히 체크를 한다음

페인트 오야지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지딴에는 잘 마무리가 된줄 알았던지

제법 세게 나왔다.

 

 

 

-정씨요

어제 수고 많았지요  ?하고

의례껏 하는 수 인사를 했더니

-아 네

수고라는게 뭐 있습니꺼

칠은 어떻습니꺼 괜찮지요 하고

지가 먼저 선수를 쳤다.

 

 

-아 네 괜찮네여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인게 그게 좀 탈이지만

-네에,,,,,,,,,,,,,,,,,,,,,,,,,,,,,,,,,,,,,,?

고게 몬말인데여

-칠이 엉망이다 이 말이여

이 아자씨야 ......................

-아니?

제대로 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내가 야간 작업 시키지 말라했잖아여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여

 

 

그때부터

내 음성도 덩달아 한톤 올라가기 시작했다.

 

 

(젊잖은 체면 또 구기네

누가 노가다 아니라 할까봐서 원 .......................)

 

 

 

-당장 제대로 된 일꾼 한사람 보내

 오늘내로 마무리 짓도록 하소 하고

다소 강한 톤으로 늘 하던 짓거리대로

씨부렁거렸더니

이 친구 지는 지대로 

뭐라 뭐라하면서

알아듣지도 못하는말로 

한참동안 씨부렁거렸다.

 

 

하기사 밤 11시가 넘도록

죽도록 고생하고도 좋은 소리 못들었으니

지도 더운 날에 열불이 날껀 이해도 되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래도  

40년 가까이 뼁끼 쟁이 했으면

지도 얼만큼은

 예술가 정신은 못되더라도

쟁이의 기질은 나올뻡한데

항상보면 마무리할 때마다

뒷심이 좀 부족한지 아니면 고넘의 정력이 부족한지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는 지는 뭐 정력이 넘치나 원ㅋㅋㅋㅋㅋㅋㅋ)

 

 

-그럼 한 사람 보내 겠습니더

가거던 어디어디가 하자인지 지적해주이소 하고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지만

기분은 영 아닌것 같았다.

 

 

순간 나도 기분이 좀 그랬지만

꾹 참고

-누굴 보낼꺼요 하고 젊잖게 물었더니

-김 사장 보낼게예 하고 대답을 하였다.

 

 

그 순간

안그래도  씬 갱질이 나서 참고있는데

 

김 사장이라는 소리를 듣자

오냐..............잘됐다하고

드디어 꼭지가 돌아삐렸다.

 

 

원래 김사장이라는사람은

페인트상회를 하다가 부도가 나자

정씨 밑에 들어가 일하는 시다인데

 

 

오래동안 그 집과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인간적으로는 친했지만

일은 영 아니었다.

 

 

언젠가 혼자 일하러왔길래

체면을 세워준다고

오야임금 다주면서 

일을 시켰더니

일은 일대로 안되고 공수(일 한 날수)는 공수 대로 늘었다.

 

 

 

-보소 정씨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나한테 하고 있는거요

 

김 사장 보낼려거던

아예보내지마소

내가 차라리 오야 하나 부를께  .....하고 화를 버럭 내었더니

 

 

 

이 친구

아차 ,,,,,,,,,,,,,,,,,,,,,,,,,,,,,,,,,,,이게 아니었구나하고 생각했던지

그때부터 구구절절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 놓았다.

 

 

-암튼 거두절미하고

당신이 와서 마무리 짓던지

아니면 옥선이 엄마 보내소

안그러면 내 얼굴 앞으로 볼 생각도하지마소

,,,,,,,,,,,,,,,,,,,하고 전화를 탁 끊어버렸다.

 

 

 

(현장에서는 때로는 박력도 카리스마도 있어야 해여

안그러면 얼럴뚱당해서 미친다여 ㅋㅋㅋㅋㅋ)

 

 

 

 

 

 그제사 상황판단이 제대로 되는지

-아이구 잘못했심더

옥선이 엄마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하고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옥선이 엄마는 정씨와 명콤비로

이바닥에서는 잔뼈가 굵은 60이 훨 넘는 여인이었다.

한동안 현장에 나오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유방암을 수술하느라고 그랬다고 하였다.

 

 

 

나이로 보면

이젠 은퇴할 나이가 벌써 넘었지만

기술이 머 달린 시시한 머스마

두 넘 보다 훨 났다보니

아직도 현장에서는 인기가 꽤 있었는데

 

 

 

내 현장에서 일한지도

근 20여년이 넘었다.

 

 

때문에

그녀는

누구보다 내 더러븐 성질을 잘 알고 있었다.

 

 

지말마따나

요기만 오면 신경이 바짝 쓰이는지 

뭘하는지 몰라도 하루종일 꼼지락꼼지락하며

구석구석을 잘도 메꾸어 나갔다.

 

 

 

저거 오야지랑

지랄염병을 할 때는

떵이 무서버 피하나

더러버서 피하지하고

저거딴에는

데나우시(하자)만 잠시보면 되겠지 하고

간단하게 생각했던지

아예 저쪽현장에서 입은 작업복 그대로

택시를 타고 왔다.

 

 

그렇던지 저렇던지

그건 내 상관할바는아니고

칠이 잘못된 곳만 일일이 적어주며

 눈으로 확인을 시켜주었더니

지도 수긍이가는지

혀를 내둘렀다

 

 

오야지하고 된소리 할 때는

몬 지랄같은 넘이 다있노 했겠지만

와보니

내가 지랄 같은 게 아니라

저거가 지랄같이 일을 해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지

오야지한테 폰을 때려 장황히 현장설명을 늘어놓았다.

 

 

(아이고 문디 같은 인간들..............................................

지발 일 좀 제대로 하지 

밤일 이라고 우째 그렇게하나 ...원

 

 

 

허구한날 마눌껴안고 하는   밤일은 제대로하나 ?

고것도 그리 시언찮게 하는건 아이가 ?

 

 

암튼

쟁이는 쟁이 다워야 하고

예술가는 예술가 다워야하는데 

요새는 

쟁이도 예술가도 다 오데 가뿌렸는지 

돈만 다들 챙기려고들 하니 ,,,,,,,,,,,,,,,,,,,,,,,,,,,,,,,, 

누구 욕할 것 하나도 없다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