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00/수지맞는 장사

커피앤레인 2006. 7. 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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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맞는 장사

 

 

얼마만큼 잤을까

밤늦도록 공사금 산출하느라

새벽 2시에 들어와 샤워만 간단히 하고

반바지 차림으로 그냥 나가 떨어졌는데

일어나 보니 날이 훤이 밝았다.

 

 

오늘 아침은

전원주택 관계로 집 주인과 미팅하는것  외에는 

 별로 바쁜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좀 더 늑장을 부려도 될 것 같아

그냥 그대로 누워 있었다.

(* 근데 아무리 견적을 내어 보아도 경량철골이 그리 싼것도 아닌데

왜 굳이 그걸 고집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출근길 햇살이 너무 따가왔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여름철이 오려나 보다

 

 

오늘로서  일기를 쓴지도 벌써 100회째가 되었다.

처음엔 하도 따분하고 사는게 엿같아서 실실 시작한건데

벌써 100회가 되고나니감회가 남달랐다.

 

 

첫 일기를 쓸때만 해도

아직 추운 겨울 뒤 끝이었고

상황도 무척 유동적이고

내일 일을 가늠하기 힘들었는데

이젠 풍파도 어느정도 가라앉아서 그런지  

조금씩 새로운 생활에 젖어 드는것 같아

마음이 그나마 편안하였다.

 

 

살다보면 이런일 저런일이 있게 마련이지만

타의에 의하여 이사를 해야할 때의 그 엿같은 심정은

당해보지 않고는 도무지 모를 것 같았다.

 

 

 

 

 

 

 

해운대에 나가있는 곽기사한테 전화를 걸었다.

오후에 미팅이 있으니 차를 좀 준비하라고 말하고는

간밤에 만든 견적서를 다시 훑어 보았다.

 

 

세군데서 보낸 것을 종합해서 만든 것이라

가장 적정한 공사금액 같았지만

 

항상 하는 일인데도 견적서 낼 때 마다  신경이 바짝 쓰였다.

 

 

아이는 이빨 교정이 잘 되었는지

닥터한은 걱정하지말고

구강외과에서 턱 교정수술을 받아도 되겠다고 하였다.

 

 

아이를 돌려 보내고 한박사와 단둘이서

오래간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몇년전에 가족들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가버려서 그런지

지나 나나 사는게 거기서 거기 였다.

 

 

아직은 공사가 언제 부터 시작될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한 여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원래 노가다는 여름과 겨울이 제일 힘드는 계절인데

그래도 일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어디로 가도 걱정이없었다.

때로는 남에게 기마이도 쓰고

 평소에 못해준 것도

좀 해주고

여기저기 선물도 보내고 손님도 대접하고

외상값도 갚고

꾸어온 돈도 갚을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다. 

 

 

 

간혹이지만 

 가난한 작가들을 위하여

그리 비싸지도 않는  작품 하나라도 사서

남의 집에 걸어줄 수 있어 무엇보다 기분이 흐뭇했다.

 

 

며칠전엔 오래전부터 아는 초량할매가 

아직 눈도 뜨기 전인데 전화를 걸어왔다.

 

 

-u 사장님이세여 하고 특유의 그 카랑카랑한 전라도 말로 인사를 하였다.

-아 네 ............................

왠일이세여

(애써 안자는척하면서 ....................)

 

 

 

-내가 .................집을 하나 샀는데

u 사장이 리 모델링이라나 모라나 그것 좀 해줘야 쓰갔어

-아 그래여

 

 

-응

어제 계약금을 걸었거던

그러니께 8월에 잔금을 다 치고나면

9월부터 공사를 하면 될꺼여 ...........................................

해 줄수 있지?

 

 

-아 네 해드려야져

-그럼됐어

바쁜데 일 봐여 그럼 끊어여 ......................................

할매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지 할말이 끝났는지 전화를 탁 끊어 버렸다 ㅎㅎㅎㅎ

 

 

 

원래 이  할매는 제 이름자만 겨우 쓸 정도인데도

세상을 오래 살아서 그런지

오데서 그런머리가 도는지는 몰라도  

돈 버는데는 귀신이었다.

 

 

아마도 그동안 돈이 모였는지

주변에 또 허름한 집을 하나 샀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얼마나 똑똑한지

디자인을 하려면

오래동안 생각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자기딴에는 생각을 해서

이미 2달전에 예약을 하는 참이었다.

 

 

하긴 10여년이상을 울 삼실을 들낙날락 했으니

본게 뭐가 있어도 있겠지만

오늘 계약하고 낼 당장 공사하라는

언 뇬보다는 훨씬 더 세련되고 멋이 있어 보였다.

 

 

learn - 이라는 배운다는 동사가  

원래 흉내낸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는데

역시 사람은 어깨너머라도 배워야 하나보다 .

 

 

 

100회를 보내면서

그래도 남는게 있다면 

  잠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는 것과

잠을 덜 자니 얼굴은일시적으로  조금 야위어도

대신 32인치 바지가 30인치로 줄어들어

외견상으로도 훨씬 더 날씬 바꼼해진것 같아

다이어트가 따로 없아 수지 맞는 장사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