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진 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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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진 정교회는 별로 크지는 않았지만
비잔틴 건물양식으로 지어서 그런지 외관이 독특했다.
하얀 회벽에 둥근 지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건너편엔 작은 미니 공원이
들어서 있어 한결 운치를 더해주었다.
공원입구엔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알미늄판넬로 지은 작은 구두방이 있었다.
365일 비가오나 눈이오나
아직도 젊은 영감님이 소일삼아 나와
구두를 딱아 주고 있다고 하였다.
어젠 초저녁인데도 약주가 한잔 되었나보다.
술 취해서 딱아주는 구두는 구두가 아니라면서
기어이 구두딱는 값을 받지 않았다.
하긴 처음부터 술에 취해서 구두를 딱을 수 없다고 거절 했지만
구두 좀 딱으려고 꽃바위에서 거기까지 걸어왔다고 하니까
그 성의가 괘씸했는지 공짜로 구두를 딱아주었다.
난생처음 공짜로 구두를 딱고 보니 기분이 좀 묘해서
약주라도 한잔 받아드릴까요 했더니
다음에 오라면서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어차피 주말이고 일꾼들도 다 떠나고 없어
올만에 울산시내에 나가 각시탈에서 라이브라도 한곡 들을까하고
세탁소에 맡겨둔 회색바지와 보라색 티셔츠를 찾았는데
저녁이 되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그새 긴장이 풀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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