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44/ 방축에 앉아

커피앤레인 2006. 8. 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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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축에 앉아

 

간단하게 짐을 꾸리고 다시 전철에 올랐다.

노포동까지는 40여분이 걸렸다.

거기서 방어진 가는 버스를 타기위하여  시외버스 터미날에 도착하니

마침 방어진 가는 버스가 대기중이라 한결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버스가 교외를 벗어나자 차창밖 개울가엔 전날에 내린 비로

물이 제법 세차게 흐르는게 보였다.

 

 

 

개울너머로 나락들이 하나둘 피는게 보였다.

가을은 벌써 우리 곁에서 저만큼 자막질을 하고 있었지만

한낮의 뜨거움때문에 가을이 온지도 모르고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

잠시나마 쓴 웃음이 나왔다.

 

 

 

 

현장엔 곽씨와 일용잡부들이 땀을 흘리며 판넬 칸막이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전날 비가 오는데도 고운반 아줌마와 설비 오야지가 엑셀 파이프를 깐다고 끙끙거리더니  

그새 방바닥 시다지까지 넣고 부산으로 내려 가버렸는지 오늘은 얼씬도 하지 않았다.

곽씨는 배관을 해 놓은 그 자리서 아무런 방책도 없이

겁없이 각관을 짜르고 용접을 하였다.

그라인더로 각관을 짜를때마다 불똥이 방바닥에 무수히 떨어졌지만 그는 무관심했다.

 

 

제딴에는 엑셀파이프에 불똥이 튀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나보다.

보다못해 무슨 일을 그 따위로 하느냐고 된소리를 좀 했더니 그제사 슬그머니 합판을 바닥에 깔고

절단을 하였다.

 

 

 

사람들이란게 자기만 잘하면 그만인줄 아는지

전혀 다른사람을 배려하는 기미가 없는게 정말 황당했다.

 

 

얼마전엔 노통이 다음정권이 혼좀나봐라 하는심정이

들때도 있다고 했는데   

우짜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잡부와 같은

 그런 생각을 할 수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기사 그 자리에서면 누구나 마찬가지로

고독하고 외롭고 억울하고 때로는 비감도 들겠지만

그렇다해도 지도자나 책임자는 아무리 외롭고 괴롭고 답답해도

할말이 따로 있지 그건 아니었다.

 

 

이제 방어진의 작업도

싫던지 좋던지 하루이틀이면 다 끝났다.

그동안 신세진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이나마

하나씩 주고 싶어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선물꾸러미를 보내달라고 부탁하였더니

내일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한 여름 땀흘리며

애쓴 보람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업이라는 이름으로 남긴 흔적만은

분명 여기에 남겨두고 갈 것 같아 아쉬움도 서운함도 다 묻어둔채

오늘밤은 가벼운 마음으로 할매하고 방축에 앉아 쇠주라도 한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