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다루는 것도 실력인데
멀리 율기 등대가 보이는 일산해수욕장은
썰물이 빠져 나가듯이 백사장은 그야말로 을씨년 스러웠다.
이른 새벽 갈매기 몇 놈이 백사장을 누비며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곽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시다로 온 일용잡부가 일을 하다말고 더럽다며 가버렸단다 .
내용이 뭐냐고 했더니
곽씨더러 잔소리가 심하다며 기분 나빠 일 못하겠다나 우쨌다나'''''''''
(별의별 희안한 놈도 다 있네.)
오야 밑에 그래도 따라다니는 시다는 있어야 손발이 맞는 법인데
애써 보내준 시다를 쫓아낸 곽씨도 문제지만 하던 일을 멈추고 도망 가버린 그 놈도
싹수가 노랗긴 마찬가지였다.
인력회사에 전화를 걸어 다시 시다를 보내주었더니
10분이 채 못되어서 곽씨가 또 앓는 소리를 했다.
-와 ?몬 일인데여
-사장님 글마도 또 가버렸습니더
-와요?
-몰겠십니더
잡부 인건비가 얼마냐고 묻더니
지는 그 돈 받고는 못한다고 오자마자 가버렸습니더
-그래여
뭔 그런 자슥이 다 있노
알았습니다
내가 제대로 된 놈을 보내라 할게요
조금만 기다리이소.
다시 인력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장더러 뭔 그런인간을 보냈느냐고 지랄지랄을 했더니
인력회사 사장도 사람다루기가 여간 힘이 드는지
아이고 골치야 ,,,,,,,,,,,,,,,,,,,,,,,,,,,,,하면서
죄송하다며 다시 일꾼을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잠시 다음 작업을 위하여 디자인한 것을 팩스로 보내놓고
철물점에 들렸다가 현장갔더니
며칠전에 현장에서 온 친구가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와 안왔노? 하니까
며칠간 집안 일이 있어 현장에 나오질 못했다면서
죄송합니다하고 고개를 꾸벅하였다.
이름은 뭔지 모르지만 성씨는 정 씨였다.
그는 일용잡부로서는 성격도그렇고 일하는 자세도 그만하면
크게 나무랄것도 없었는데 이곳 방어진에서만 썩히긴 무척 아까웠다.
일꾼이나 어린애는 다루기 나름인데 ..............
그나마 까탈스러운 곽씨도 그 친구는 마음에 드는지
더 이상 숨 넘어가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하긴 곽씨도 문제가 없는건 아니었다.
어떤 분야이든지 오야지가 될려면
어느정도 아랫사람들에게 존경도 받고
일을 시키는 것도 합리적이어야하는데
곽씨는 자기가 뭔 칼자루라도 쥔 것 처럼
되도 안한 것들을 시키면서 고압적으로 사람을 다루다보니
지 애비 지 애미 말도 안듣는 놈들이
돈이 무서워 그렇지 실상은 얼마나 더럽고 아니꼬웠을까?
사람 다루는 것도 실력인데 ........................
곽씨는 아직 거기까지는 터득을 못했는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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