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방어진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어젠 서울로 가는 ktx 시간에 맞춰가느라
눈코뜰 새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낮에 미팅하기로 약속한 것도 깜박 잊은 체 헐레벌떡 기차를 타고 보니
아차 내가 약속을 한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하고 후회를 했지만
이미 기차는 부산역을 떠나 동대구를 지나고 있었다.
올만에 서울에 오니 예전보다는 노숙자가 덜 보이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군가가 축제 홍보차 나왔는지
판토마임으로 허수아비 흉내를 내었다.
생긴게 그래서 그런지 진짜 시골 아낙네와 아자씨와 허수아비가
영낙없는 우리네 풍경그대로 였다.
역시 서울은 여전히 이 안갔다.
그냥 하나의 거대한 인간시장처럼
온통 사람의 물결이었다.
토요일이라그런지 인사동 거리는 젊은 이들로 발 디딜틈조차 없었다.
잠시 삼지골에 들려 대충 크래프트 가게 부터 구경하고는
그 길로 옛날 짜장면 집에 들어가 고픈 배부터 채웠다.
수타면이라 그런지 면발이 굵으면서도 부드러웠는데
4000원짜리 치고는 양이 좀 적었다.
암튼 개 에 뭐 감추듯이 얼른 한 그릇을 끝내고는
다시 압구정동쪽으로 향했다.
3호선에서 내려 1번 출구를 나와 잠시 국민은행에 들렸다가
크래프트 하우스 지점을 둘러본 후 길로 인천 카리스호텔로 향했다.
밤이지만 1여년만에 다시 카리스호텔에 오니
제일 반가운게 예전에 심어놓은 나무들이었다.
내딴에는 일본식 정원을 꾸미면서 좌우로 벚나무를 군집해서 5-6그루씩 심었는데
그새 두해 겨울을 넘기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게 너무나 기특했다.
온김에 호텔 옆에 있는 투다리에 들렸더니 여주인이 반색을했다.
둘이서 맥 소주를 한잔씩 한다음 바로 숙소로 돌아와 몇가지 정리를 한다음
하루일을 돌아다보니 아닌 밤중에 몬 홍두깨도 아니고
하루동안에 4개 도시를 그렇게 전전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엔 계산동에 있는 샷보르와 경복궁을 둘러보고
오후엔 인천 시외 버스 터미날에서 모령의 여인을 만나 점심을 먹고
그 길로 그 여인이 사는 아파트에 들려 리모델링대한 대략적인 의견 조율을 거친 뒤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오는데
오후의 따가운 햇살이 때때로 시야를 가렸지만
차창너머로 보이는 바깥은 영낙없는 가을이었다.
들판엔 나락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고
프라타나스 잎들도 하나 둘 낙엽이 되어 뒹굴었다.
방어진 공사가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인천 만수동 주공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를 맡아야하나보다.
어느정도 스케취가 끝나면 한 두번 더 조율을 해야겠지만 새로운 작품을 의뢰받는다는건
신명나는 일이었다.
그나마 역마살이 있어서 그런지 난 언제나 돌아다니는걸 좋아했다.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에 쓰는 일기 152/ 크래프트 하우스 (0) | 2006.09.06 |
---|---|
아침에 쓰는 일기 151/ 러시아 여인 (0) | 2006.09.05 |
아침에 쓰는 일기 146/ 낙엽은 지는데 (0) | 2006.08.30 |
아침에 쓰는 일기 145/ 사람 다루는 것도 실력인데 (0) | 2006.08.29 |
아침에 쓰는 일기 144/ 방축에 앉아 (0) | 2006.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