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72/ 연애하는 기분을 알려나

커피앤레인 2006. 9. 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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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는 기분을 알려나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건축은 연애하는 것과 같은 작업이었다.

해서, 주인이 좋으면 두사람이 마치 연애하듯이 작업도 그랬다.

그렇다고 하여 눈이 맞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만에 하나 눈이 맞으면 그 순간부터 작업은 엉망이었다.

무당이 부정탔다 하듯이 건축도 다른 것에 마음이 빼앗기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않았다.

그래서 건축은 그것을 설계를 했거나 디자인한 사람의 철학과 의지와 미의식과 정성과 혼이 결합해 만드는 

총체적 예술이었다.

언필칭 건축하면 돈을 번다고 하는데 그건 순전한 거짓말이었다.

땅투기하는 사람이나 집장사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돈 벌려고 한다면 건축을 하지 말라고  교수들이 누누히 가르쳤는지도 모른다.

 

단풍이 조금씩 물들어가는가보다.

작업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챙길게 더 많았다.

좋은 작품은 언제나 마무리가 깔끔해야하는데 마무리는 작업인부들을 어떻게 다루고

감독하느냐에 따라 매무새가 전혀 달랐다.

때론 기를 살려주며 달래기도 하고 때론 고달픈 마음을 어루만지며

술잔을 기우리며 서로를 더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야했다.

 

오늘따라 아침부터 여기 저기 전화를 걸었다.

타일공한테는 아무래도 작업을  하루 미루어야 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노가다 실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하루 연기하면 어떻고 이틀 연기하면 어떨까 했지만

일꾼들은 우리 일만 바라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마치 톱니바퀴 맞물리듯이 다른 현장과 맞물려 돌아갔다.

 

 

거실 벽체 일부분을 스톤타일로 꾸몄는데 이곳 건재상에 비치된 것들은

내가 원했던 그런 물건이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부산에 있는  도일 건재 현상무한테 전화를 걸었다.

-현상무

부산 근교 공장에서 나오는세라스톤 파스텔톤 백색스톤타일 

 내일 아침 까지 인천으로 좀 보내줄 수 있오?했더니

현상무도 난생 처음 해보는 짓인지

일단 공장에 알아보고 전화를 다시 내겠다고 했다.

 

이왕 말이 나온김에 현관은 평수도 얼마 안되어

큰 맘먹고 천연대리석을 부탁하였더니 그 비싼 천연대리석은 박스로 팔지

여기서는 낱개로는 안판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오래동안 거래를 했는데 개미 뭐만한걸로 거절을 당하니

기분이 진짜 엿같았다.

하지만 예로부터 답답한 놈이 샘 판다고

판매센타에 사정얘기를 하고 편리를 좀 봐달라고 하였더니 

원래 사람다루는 기술이 그것 뿐인지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 돈만 많으면 나도 박스채로 사오지 ........왜 그런 구차스러운 말을 할까) 

아무튼 천연대리석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까  

당신은 스톤타일만 좀챙겨달라고 하였더니

그것도 아주 까다론운 색깔이라 재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또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긴, 디자인하는 사람이나 즐겨쓰지 일반사람이 쓰기엔 좀 까다로운 재료였다.

아무튼 전화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욕실만은 한번쯤 이게 욕실이다.........하고

보고 주고 싶어 히노끼와 무늬가 독특한 고급타일을 주문하였는데 다행히도 천연대리석은 원하는만큼

낱개로 사가라고 편리를 봐주었다.

 

 

 

 

그동안 고생했던  인테리어 목수는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서그런지 세밀한건 영 아니었다.

해서, 이목수 대신  주목수를 불렀더니 역시 젊어서 그런지

머리가 시원하게 잘 돌아갔다.

안방 한면은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향긋한 나무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일부러 미송루바를 한 벽면에 설치하고 페인트도 전혀 칠하지 않았다.

 

 

작은방은 사람이 살지않기 때문에

갤러리처럼 흰색 헨디로 마감하고 등을 아주 심플한 것으로 달기로 하였다.

그리고 한 벽은 실버 템버보드로 무늬를 주어 이색적인 기분을 느끼도록 했다.

거실은 원경이가 좋아하는 크리스탈 엔팈 촛대등을 달았는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발품을 팔았더니

대체로 3등은 13만원에서 15만원선이고 좀 괜찮은 6등은  25만원에서 30만원을 홋가했다.

이왕하는 것 30만원짜리로 결정했는데 페인트 공이

도대체 돈을 얼마나 받았기에 이렇게 꾸며 주느냐고 신기한듯 물었다.

 

 

글세 ....................................

나도 잘모르겠다 하였더니

공사하는 사람이 그것도 모른다면 말이 되느냐고

마치 또라이 취급하듯이 사람을 빤히 쳐다봤다.

 

 

 일반적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

요즘은 적게는 평당 100만원에서 150만원 정도

공사비가 들어갔다.

 

 

디자인이 좀 까다롭고 고급자재를 쓰거나 수공이 많이 가는 작업은  

평당 250만원에서 350만원도 더 들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그 보다 훨씬 더 드는 집도 있었다.

하지만 눈에 콩깍지가 씌이면 보이는게 없듯이

건축이나 인테리어도 한번 작업에 빠지면 돈이 눈에 보이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