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73/ 겨울 나그네가 되어

커피앤레인 2006. 9. 28. 13:21
17723

 

 겨울나그네가 되어

 

 

어제 밤엔 원경이 생일 이라고 리모델링 현장에서

작은 케익에 촛불을 켜고 우리 둘만의 자축연 삼페인을 터뜨렸다.

생일이라는데 그냥 보내기가 뭣해 낮에 롯데백화점에 들려 예쁜 스카프를 하나를  샀다.

 

 

출근시간에 타일 가게에 들려 그저께 주문한 천연대리석을 찾아 오느라 시간을 조금 지체하였더니

택시 운전기사가 아이고 시간이 돈인데하면서 애가 타나보다.

 뭐라 뭐라 씨부렁 거렸다.

(문디자슥 ,,,,,,,,,,,,,,,,,,,,,,그것가지고 그러나?하고 싶었지만  아침이라 꾹참았다 )

 

 

하지만  역지사지라고 그 사람 편에서 보면 출근시간대에 차를 대기하고

짐을 찾아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해서, 아침 첫차부터 기분을 잡치면 하루종일 일도 안되고 기분도 찝찝할 것 같아

어차피 짐차를 불러도 돈이 들어가는건 마찬가지인데

그 돈 준 셈치고 웃돈을 조금 더 쳐주었더니

언제 내가 씨부렁거렸느냐는 듯이 금새 얼굴이 환했다.

(역시 돈이 좋긴 좋은가보다)

 

타일공은 오래동안 몸에 밴 습관 때문인지 아니면 나하고 기 싸움을 하려는건지

일이 까다롭다느니 타일이 너무 크다느니 해사면서 일도 시작하기 전에 지혼자 또 궁시렁 궁시렁 거렸다.

한데 지도 보는 눈은 있는지 타일이  너무 예쁘고 고급스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경이는 집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자 자주 와,,,,,,,,,,,,,,,와,,,,,,,,,,하고 놀라워했다.

그도 타일이 무척 마음에 드는지 언제 다 하느냐고 낮엔 생전처음

빨리보고 싶다며 성화를 부렸다.

오늘부터는 마지막 꾸밈 작업이 진행되기때문에

하나 하나가 곧 마감이었다.

때문에 더 신경이 곤두섰다. 

마감은 곧 그 집 특유의 캐릭터를 대변했는데  

내가 디자인한 집이지만 내가 봐도 예쁘면서 품격이 있어보였다.

하긴 한달여동안 실력도 성격도 모르는 낯선 일꾼들을 데리고 애도 많이 먹었지만

처음 스케취 했던대로 원했던 작품을 만들고보니 그동안의 피곤이 봄눈 녹듯이 녹는듯했다.

끝으로 바깥 풍광을 편히 즐길 수 있도록 거실 살문을 페어 그라쓰로  온통 갈아주었더니

집이 훨씬 넓어보이고 마즌편 산이 마치 정원처럼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 남은 것은 베란다 /주방/욕실/현관 그리고 거실 벽을 타일과 천연대리석과 스톤타일로 마감하고 나면

원경이네 집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할게 분명했다.

 

모르긴 몰라도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두워지면서  

상데리아 크리스탈 조명이 켜지면   

드디어 아  이게 내 집이구나하고 ,,,,,,,,,,,,,,,,,,,

원경이는 처음으로 제 스타일에 걸맞는 집에서

단잠을 자겠지.

이게 내가 원한 기본 컨샢이었다.

예쁘되 품격이 있고 오래도록 인간의 향기가 짙게 묻어나는 그런 집을 어쩌면 나는 그에게 선물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하지만 즐거움이 있으면 슬픔도 있듯이 나는 또 겨울나그네가 되어야할지도 모른다. 

이게 나의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