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82/ 마음이 시리다

커피앤레인 2006. 10. 9. 20:39

 

18104

 

마음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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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는지 원경인 안양을 다녀와야한다고 하였다.

그녀는 내가 무척 안쓰러운지 꽤 부담스러워했다.

하긴 주어진 예산이 너무 빠듯하다보니 함부로 일꾼을 쓸 처지도 못되었지만

 마무리는 아무래도 이 놈의 손이 가야했다.

기능공들 눈엔 잘 안보이는 것도 디자인을 한 사람의 입장에선

그것이 제다 드러났다.

때문에 여기저기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을 정리하려니 그일도 그리 만만한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난생 처음은 하는 일은 아니지만 간혹 익혀두었던 페인팅 기술도

이참에 함 써 보기도 하고 실리콘도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면서

여기저기 땜질도 하였다.

식탁과 책상은 재활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상판만  천연대리석으로 바꾸기로 했다.

낮엔 웅진 코웨이에서 젊은 코디가 왔다갔다.

비데를 재설치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한참동안 둘러보더니

인상이 깊은 집이라고 칭찬을 하였다.

그는 집이 퍽 마음에 드나보다.

이것저것 물었다.

 

 

나중엔 이 정도 리모델링을 하려면 얼마나 들어요? 하고 공사금액을 묻었다.

대충 2천만원 정도 든다고 하였더니 대뜸 명함을 한장 달라고 하였다.

그녀를 보내고 난뒤 다시한번 부흥로타리에 나갔다가

책상다리를 사갔고 돌아왔다.

이제 정말 모든게 다 끝났나보다.

바깥은 어느새  달이 휘영청 밝았다.

집 주인도 없는 텅빈 집을 나서며 낙엽이 수북히 쌓인

아파트 길을 혼자 내려오다 갑자기 하필이면 왜 이런 직업을 택했을까하고

혼자 자문자답했지만 뚜렸한 답을 찾지못했다.

아마도 어두운 아파트 길을 혼자 터득터득 걷다

새삼스럽게 서글픈 느낌이 들었나보다..

 

 

 

아무튼 한달여의 전쟁도 끝났고 

머잖아 이곳을  떠나야한다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착잡했나보다.

오늘밤은 어디에 가서 밤새 술이라도 실컷 들이키고 싶었다.

 

 

 

그때쯤이면 늦은 시각 원경이는 집으로 돌아와

달라진 모습에 또 다른 기쁨을 느끼겠지만........... 

그도 그만이 안고있는 고독과 아픔을 애써 삭이며

또다른 미래를  꿈꾸겠지.

 

 

반대로 이 놈은 이 놈대로

새로운 애인을 찾아 나서겠지.................... 

박찬조 시인의 말마따나

가을이 시린건지

마음이 시리다보니 가을이 더 시린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밤은 마음이 참 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