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83/ 샤넬 손목시계

커피앤레인 2006. 10. 10. 12:58

 

18124

 

샤넬 손목시계

 

 

원경인 고맙다며 샤넬 손목시계를 선물했다.

은빛 줄이 유난히도 아름다웠다.

 

가을 햇살이 유난히도   따가운 오후

며칠간 빌려섰던 전자드릴을 갔다주려고

누리전기상회에 갔더니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그래픽 회사를 운영하는 귀철이는 인천에서

몬 예술 작품한다고 이토록 안내려오느냐고 성화가 대단했다.

녀석은 혹시 새 살림차린건 아니지요?하고 느스레를 떨었다.

하긴 새살림이라도 차려봤으면 좋으련만

요즘은 오줌누고 뭐 볼 새도 없다했더니 ...............

그라믄 마 내려오이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에 미쳐있을땐 몰랐는데 아무래도 이 놈은

여기 생활이 별로 익숙하지 않은가보다.

향수병이 서서히 도지는 것 같았다.

원래  타고난 천성이 도시형이라기보다는

시골형에 가까운 도시형이라 그런지

시골에 데려놓으면 거기서도  

또 정체성 때문에 갑갑증을 느꼈다.

때문에 이 놈이 살기엔 그래도 부산이 제일 잘 맞는 도시같았다.

 

 

바다가 그리우면 해운대로 가면 되고

비릿한 갯바람이 그리우면 자갈치 시장을 휘돌아 보고되고

산이 그리우면 낙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승학산 정상에 올라

그 잘 부르는 노래를 시원스레 한 곡조 뽑으면

언 놈이 씨끄럽다고 시비하는 넘도 없었고

그야말로 딱 안성 마춤 도시인데.....................................

 

 

여기 사람들은 다들 몬 재미로 사는지 모르지만

그냥 날만 새면 직장에 나가고 밤이되면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든가

아니면 유흥가 주위를 빙빙 돌다 새벽녘에사 집으로 돌아가는지

모든게 삭막하게만 느껴졌다.

 

 

 

해서, 어차피 떠날걸 아침부터 마음을 정리하고

짐을 꾸리는데 누군가 일때문에 저녁에 좀 만났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했다. 

하여 억지로라도 하루 더 이곳에서 묵어야 할 신세가 되었는데

오늘따라 누렇게 빛바랜 가로수 아래로 유난히도 따가운 가을 햇살이

밉살스럽기조차 하였다. 

 

 

한데 원경이가 간밤에 준 시계를 힐끗 쳐다보았더니

상당히 귀티가 났다. 

해서 일부러 다시 한번 팔뚝을 들어보았더니

가을햇살에 비쳐서 그런지 은빛 시계줄이 유난히도 반짝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