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78/ 그 놈의 정이 뭔지

커피앤레인 2006. 10. 4. 11:34
17951

그 놈의 정이 뭔지

 

폰이 울렸다.

어디서 듣던 목소리 였는데

잠결에 들어서 그런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 .......................

그러고 보니 오늘 창틀 유리 넣으러 온다했지

갑자기 여자가 모텔 데스크 문을 두드렸다.

남자가 침대에서 쓰러졌다고 하였다.

엉겁결에 주인 여자가 잠옷바람으로 뛰쳐 나오며

뚱뚱하게 생긴 여자를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아마 복상사인가 보다.

아니 어쩌면 고혈압으로 쓰러진 것인지도 모른다 .

 

119를 부르고

 

그 와중에도 나는

아줌마 칫솔 하나 주세요.................하고

그 자리에서 무심코 돌아섰다.

 

(이런 일은 모른척하는게 더 인간적인 도리인지도 모른다 )

 

 

 

아침공기가 너무나 상큼했다.

돈으로 주고도 못사는 이 상큼함을

오늘따라 느긋하게 즐기며 길을 건너다

마즌편 피씨방에 잠시 들렸다.

 

 

어젠 페인팅 재작업을 하느라 집안 구석구석이 온통 비니루 천지였는데

누가 개발했는지 비니루는 참 편리한 존재였다.

 

 

오후 늦게 약속한 도배녀가 들어서며

지혼자 뭐라 시부렁거렸다.

집안이 날리법구통이다보니 지딴에도 정신이 없었나보다

 

그녀는 끈이 달린 하얀 작업복을 입고왔다.

첫눈에봐도 몸매나 얼굴이나 스타일이 보통은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주목수가 엄청 미인입니다 하며

요상한 웃음을 짓더니 그게 그말인갑다.

.

 

 

 

아무튼 나는 미인보다는 일 깨꿈이 잘하는 여자가 더 좋다고 하였더니

그런건 걱정 하지 말라며 되레 나보고 핀잔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도배공마저 다 떠나고 나니

그제사 긴장이 풀렸는지 배가 고팠다.

우리 저녁이나 먹자하고 식당에 전화를 했더니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금 몇시지?

저런 ...................................

벌써 11시가 넘었잖아 .

원경이는 식은 만두라도 먹자면서 가스레인지에 순대랑 같이 데워왔다.

 

 

간단하게 저녁을 떼운 뒤 큰 방 이라도 한번 깨끗하게  치워보자하고  

청소를 하였더니 안방이 너무 멋 있었다.

방이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차분히 가라앉는게 분위기가 확 느껴졌다.

원경이는 늘 북새통 같은데서만  보다가 이제사 진면목이 드러나자

기분이 좋은가보다.

나 여기 침대들이지 말까.................하고  지혼자 말했다.

 

 

 

밤 12시가 넘었지만  계산동은 여전히 불야성이었다.

-언제 가는데요?

-며칠 후

-보고싶어 어짜노?

-또 오면되지.

 

줄돔을 한 접시 시킨 뒤 투다리 아줌마와 마주앉아 이별을 아쉬워하며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하였더니 그새 2시가 넘었나보다.

그놈의 정이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