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엽서

커피앤레인 2006. 10. 8. 22:48

 

18068

 

 

 

 

 

 낡은 엽서

 

 

 

 

문득

빈 편지통을 열어본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빤히 알지만

 편지통 안엔  여전히 못다 이룬사랑이

 그리움처럼  빼꼭이 쌓였는지

먼지가 가득하다

 

 

 

 

어느듯 낯선사내의 양말을 빤 세월만큼이나

익숙한 미련도 아랑곳없이

여인은 끝내 대문 밖 빨간 우체통 속을

들여다보다 남몰래 가을을 훔친다

 

 

애써 찾지않아도

책갈피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던 낡은 엽서 하나 

 무심(無心)코 남기고 간 글 한줄기가

오래도록 봄/여름/가을이 되어

 붉게 물든 산허리만큼이나 가슴을 저리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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