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엽서
문득
빈 편지통을 열어본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빤히 알지만
편지통 안엔 여전히 못다 이룬사랑이
그리움처럼 빼꼭이 쌓였는지
먼지가 가득하다
어느듯 낯선사내의 양말을 빤 세월만큼이나
익숙한 미련도 아랑곳없이
여인은 끝내 대문 밖 빨간 우체통 속을
들여다보다 남몰래 가을을 훔친다
애써 찾지않아도
책갈피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던 낡은 엽서 하나
무심(無心)코 남기고 간 글 한줄기가
오래도록 봄/여름/가을이 되어
붉게 물든 산허리만큼이나 가슴을 저리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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