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진눈깨비라도 한바탕 쏱아졌으면 좋으련만
종일 삽작문을 열어놓고 누군가 버려두고간
고물 자전거를 타고 나는 먼 여행을 떠났다.
간혹 체인이 걸리는지 고물 자전거는
자주 쇠소리를 내며 삐거덕 거렸다
그나마 살부치라고는 그것 밖에 없었는데
천상의 노래 소리만큼이나 반갑고 고마웠다.
밤새 집 나간 아내보다 더 반가운 까마귀 한마리가
저녁내내 삽작문 앞에서 모이를 줍느라 정신이 팔려있는지
진눈깨비는 끝내 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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