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88/ 와 안왔노?

커피앤레인 2006. 10. 15. 23:33

 

18305

와 안왔노?

 

PIFF 광장엔 역시 젊은이들의 세상이었다.

쌍쌍이 짝을 이루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켠엔 자갈치 축제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었다 

올핸 그나마 신경을 썼나보다.디자인이 제법 깔끔했다.

 

 

올만에 부산에 왔더니 모든게 편안했다.

역시 제고장만한 곳도 없는갑다.

 

 

늦은 아침을 먹고 잠시 삼실에 들렸다가

산행을 할까? PIFF 광장부터 가볼까 하다가

결국은 산행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너무 늦게 출발한건지 민주화공원을 거쳐 엄광산에 이르니 벌써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산행을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각인 것 같아  그냥 돌아서려다

어차피 나온 김에 산골 아줌마 집까지는 가보자하고

가던 길을 계속하였더니 중간쯤 지나자 제법 앞이 캄캄하였다.

 

 

달빛도 없고 별빛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아

기억을 더듬으며 소롯길을 따라 가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며칠전에 전철에서 천원짜리 손전등을 팔던데..........

그거라도 하나 살걸하고 때아닌 후회를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산사의 불빛이 어렴푸시 나타났다.

아! 다왔는가베........................하고

절 옆을 지나가는데

산사는 이미 신도들이 다 내려갔는지 오늘따라 염불소리도 들리지않았다.. 

.

 

 

산골 아줌마는 캄캄한데도 아직 끝이 안났는지

후레쉬만 켜 놓은체 젊은 처녀 세명과 함께 차를 마시고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금년 늦봄 어느 비오는 날에 심어놓았던 꽃들은 이미 다 졌나보다.

박꽃만이 유일하게 사람을 반겼다.

 

 

어둠속에서도 산골 아줌마는 용케도 사람을 알아봤다.

 

와 그동안 안왔노?하고 섭섭한듯 말했다. 

-저녁에 삶은거다. 먹어봐라.하고 강냉이를 가져왔다. 

 

 

-그동안 와그리 안왔는데....오데 그리 갔다왔노? 하고 자꾸 물었다.

-가긴 어딜가? 

방어진이랑 인천이랑  공사때문에 좀 다녀왔지.했더니

-그럼 그렇지. 하며

 저녁이나 먹고가라고 하며

억지로 소매를 끌어당겼다.

그냥 바깥에서 올만에 별이나보며

커피나 한잔하고 싶다고 하였더니 기어히 남편을 불렀다.

 

 

 

남편은 이 놈의 고향인 포항을 너무도 잘 알았다.

그도 노가다로 잔뼈가 굵었나보다.

조선천지 안가본데가 없다하며 .............................

그때가 좋았다며 은근히 자랑을 했다. 

산골아줌마는 밥상부터 차릴테니  밥이나 먹고

이야기하라고 성화를 부렸다.

 

 

여기서 저녁을 한끼 얻어먹으면 술자리까지 이어질 것 같아

바쁜 일이 있어 빨리 가봐야한다하고

차라리 잘 익은 김치 몇포기만 달라고 하였더니

 어느새 준비했는지 김장 김치 몇포기를 정성스레 용기에 넣어주었다..

 

 

주위가 제법 어둑한데도 꽃마을엔 등산복을 입은 여인네들이

가는 세월이 아까운지이 막걸리를 마시며 놀고 있었다.

처음엔 승학산 억새풀이라도 볼까하고 왔는데

길이 너무 어두워 다음에 오기로하고 구덕산 소롯길을 따라 걸어오니

일공공일 안경점 사장님이 불을 환하게 켜 놓고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었다.

-뭐하요? 일요일도 안놀고..............조선돈 다 끄는가베 했더니

-돈은 무신 돈 .그냥 심심해서 나왔지.

한동안 안보이더만.............커피 한 잔 할랍니까?

-아니.아니 조금전에 마셨습니다..

 

 

백향목 님의 조언도 있고해서 선교장 관장 블로그에 들어가

활래정 누마루 천정등은 아무래도 우리 한지로 만든 등으로 교체하는게 좋을듯 싶다고

글을 남겼는데 요즘은 거기도 바쁜가보다. 

KBS인가 어딘가에서 황진이 촬영을 하면서 거의 80%를 선교장에서 찍었다는데

용인민속촌인가 어딘가만 장소협찬 자막을 띄우고 선교장은 일언반구도 아니했다고

몹씨 기분나빠했다.

설마 PD가 모를리가 없을텐데.........................뭔 사정이라도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