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89/ 게를 잡는 사람들

커피앤레인 2006. 10. 16. 22:25

 

18341

 

게를 잡는 사람들

 

 

 

 

 

 

수연의 높은 하늘처럼 가을 해는 저만치 혼자 떠 있었다.

아까부터 게를 잡는 사람들이 뭔가 작은 망태를 달고

열심히 낚시대를 던졌다.

 

 

이따금 해운대 백사장에서 저녁무렵 고기 잡는 것은 보았지만

게를 잡는 것은 처음이었다.

작은 망태 속에는 고등어 대가리가 담겨 있었다.

게는 그것을 먹으려다 그물에 걸려 빠져 나오질 못한다고 하였다.

오늘따라 조황이 좋은지 물통속엔 이미 십여마리의 게가

꼼지락했다.

그중에는 제법 큰 놈들도 더러 있었다.

 

 

컨테이너 건물을 여러채 쌓아 올려 간이 사무실로 개조한 PIFF 해운대 센터엔

젊은 영화 매니어와 감독과 영화배우들이 심심찮게 들날날락하는게 보였다.

한켠에서는 깜작 토그쇼를 하는지 김주혁과 일본여배우 아요이 유우가

관객을 상대로 질의 응답을 하고 있었다.

길가까지 가득메운 인파를 헤집고 나온 할머니 몇분이

마 가자 우리 하고는 상관이 없는거다하면서

가던 걸음을 재촉하였다.

어쩌면 부산국제 영화제는 젊은이들을 위한

젊은이 천국인지도 모른다.

 

 

 

백사장엔 여러 무리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였다.

어떤 커플은 보란듯이 끌어안고는 미친듯이 입을 맞추었다.

 

 

하도 열렬해서 조선비치에 들렸다가 돌아오는길에

그 앞을 일부러 지나왔더니 사내나 가시네나 별로 인물은 받쳐주질 않았는데

우찌 그리 열렬한지,,,,,,,,,,,,,,,,,,,,,,,,,,,,,,,,,,,,

원래 얼굴하고 사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지

그들은 여전히 꼬옥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

 

 

 

올만에 피카소 화랑에 들렸더니 추연근 선생 초대전이 한창이었다.

강여사가 방명록에 싸인이라도 하고 가라고해서 얼김에 한자 적었는데

우찌보니 추사 김정희 필체 비슷하고 우찌보니 바보 장에 가는 글씨 비슷했다.

그나저나 이 정도 그림이면 호당 어느정도 받는지  물었더니  

대체로 30-50만원 정도는 한다고 하였다.

 

 

요즘 이 경기에 이런 그림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고 은근히

물어 봤더니 통 매기가 없는지 그러게 말이예요.하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작가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면

어디서들 그렇게 알고 덤비는지 갑자기 이 작품 사달라

 저 작품 사달라고 하며 아우성을 친다고 귀뜸을 하였다.

 

 

하기사 돈독이 오른 매구들이야

작가가 얼른 죽어야 희소가치가 있을텐데하고

죽으나 사나 돈 벌 궁리만 하겠지 ........................................

해서, 화가는 죽어야 비로소 가죽을 남기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