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86/ 내 눈에도 비치려나

커피앤레인 2006. 10. 13. 10:37

 

18211

내눈에도 비치려나

 

 

시골길이 정겨운 것은 흙먼지가 폴폴나기 때문이었다.

자연도 건축도 인위적으로 너무 꾸미면 재미가 없었다.

언젠가 부산 광복로에서 제일 아름다운 가게와 제일 멋진 Shop.하나만

뽑아 글을 써달라고 했다.

눈만 뜨면 쪼르르 달려가는 거리였지만 막상 추천하려니 그게 말처럼 쉽지않았다.

1주일 동안 꼼꼼히 살펴본 뒤

가장 아름다운 가게는 가장 한국적인 멋을 잘 살린  이영희콜렉션이고

가장 세련된 Shop은 도시에 걸맞게 규모나 디자인이나 공간구성을 

제대로 한  금강이라고 추천을 했는데 월간 낚시 편집국장을 역임한

백국장은 요즘 뭐가 그리 바쁜지 통 보이지않았다.

하긴 지나나나 생업에 골몰하다보면 술한잔 먹기도 그리 쉽진않겠지.

 

하지만 내직업이 재미있는 것은 언제든지 떠나고 싶을때 떠날 수 있어좋고

머무르고 싶을 때 머무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작업이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한 눈을 팔 수 없지만 

작업이 끝나면 자유인이 따로 없었다.

내가 곧 자유인이었다.

 

 

지금 이시간 주말과 상관없이  경포호를 한바퀴 휘 돌수 있는것도

나만이 갖을 수 있는 행복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미세먼지를 마셔가면서도 나는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허난설헌가는 경포대 솔밭 속에 감춰저있었다.

안내원의 설명을 잠시 뒤로하고 초희가 남긴 시 한수를 읊으니

구절구절 비애가 감돌고 슬픔이 강물을 이루었다.

 

 

경포호 들입 나루터는 예나지금이나 비슷했다.

낡은 목선에 앉아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하고  뱃사공의 구성진 노래가락을 들으니

한때나마 이곳 처자들과 어울려 놀았던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굳이 괴테의 싯귀를 읊지않아도

이 또한  지나가나보다.

 

 

오래간만에 경포대에 오르니

음식을 준비하는 누마루가 양켠에 놓여있었다.

원래 연회장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렇게 만든 모양인데 그 시절 떵떵거렸던 양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언젠가 내가 지은 집도 이렇게 남아있을까?

부산 내려가면 김철수미술관도 한번 가봐야겠다.

기초설계만 해주고 아직까지 단한번도 가보지못했는데

김교수와 부인도 안녕하시려나.................................

곧 달이 뜨겠제. 올만에 술이라도 한잔해볼까?

다섯개의 달이 내 눈에도  비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