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 감독의 하루 /그 두번째
written by j.i.woo
-식사후 병원부터 먼저 갑시다.
-이만한 일로 뭘 병원에 가?
-나이가 들수록 깨끗해야지 그 꼴로 어디를 다니겠어요?
아내의 잔소리는 속사포같이 튀어나왔다.
-알았어 . 그럼 가지뭐
남잔 금새 풀이 꺾였다.
-혼자 가지말고 같이 가요.
-같이?
그는 귀찮은 듯이 말했다.
-같이 가야 치료비라도 낼 것 아니요.
하긴 그렇긴 했다. 얼마 안되는 돈이면 그도 지불할 수 있지만
의외로 큰 돈이 들면 그는 꼼짝없이 아내의 신세를 져야했다.
- 당신 밤새 앓았어요.
이젠 술도 좀 적게 먹고 일찍 일찍 들어와요.
-알았어. 알았다니까......
아내의 잔소리는 봇물이 터진 것처럼 속사포 같이 튀어나왔다.
그는 얼른 담배 한개비 꺼내물곤 베란다로 나왔다.
한순간이지만 담배연기를 맡으니 조금은 마음이 가라 앉았다.
여편네들이란......
남잔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내란 존재는 고맙고도 참 성가신 존재였다.
아내는 서둘러 콜 택시부터 불렀다.
가까운 외과에 가면 되는데 왠 콜택시냐고......하고 투털댔지만
주도권은 이미 아내에게 넘겨져있었다.
아내는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산복도로를 조금 벗어나자 아주 오래된 외과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는 차를 새운 뒤 무작정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은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병원은 의외로 조용하였다.
-어떻게 오셨어요 ?
간호조무사처럼 보이는 앳띤 소녀가 상냥하게 물었다.
아내는 소녀와 몇마디 주고 받더니 이내 머쓱한 표정으로 도로 나왔다.
-왜?
_다른데로 가보래요.
-다른데?
-성형외과로 가보래요
-그래 ?
여기서 기우면 안되나?
-얼굴이라 성형외과에서 꿰매어야 정밀하게 꿰 맬수가 있데요
-그게 뭐라고......아무데서나 꿰매면 되지.
-안그렇데요
나중에 흉터가 생기면 보기 흉하다네요.
-그런가?
성형외과에서 하면 아무래도 좋겠지만 수술비가 만만찮을 건데.
-외과에서 꿰매는 것보다는 더 들겠죠.
그래도 할 수 없잖아요. 얼굴인데 ...............
그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벌이도 시언찮은 주제에 아내에게 또 다시 신세를 지는게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는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도 없었다.
적어도 오늘만큼만은 아내의 감정을 건드리고 싶지않았다.
그나마 요즘은 가뭄에 콩나듯이 간간히 원고료며 강의료가 들어오는 바람에
어느정도 체면치례를 하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생활비를 빼고나면 관리비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살림이 빠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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