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어느 노감독의 하루

어느 노 감독의 하루 / 그 두번째

커피앤레인 2006. 10. 2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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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 감독의 하루 /그 두번째

 

 

written  by j.i.woo

 

 

 

 

 

-식사후 병원부터 먼저 갑시다.

-이만한 일로 뭘 병원에 가?

-나이가 들수록 깨끗해야지 그 꼴로 어디를 다니겠어요?

  아내의 잔소리는 속사포같이 튀어나왔다.

-알았어 . 그럼 가지뭐

  남잔 금새 풀이 꺾였다.

-혼자 가지말고 같이 가요.

-같이?

 

 

그는 귀찮은 듯이 말했다.

 

 

-같이 가야 치료비라도 낼 것 아니요.

하긴 그렇긴 했다. 얼마 안되는 돈이면 그도 지불할 수 있지만

의외로 큰 돈이 들면 그는 꼼짝없이 아내의 신세를 져야했다.

 

- 당신 밤새 앓았어요.

이젠 술도 좀 적게 먹고 일찍 일찍 들어와요. 

-알았어. 알았다니까......

아내의 잔소리는 봇물이 터진 것처럼 속사포 같이 튀어나왔다. 

 

 

그는 얼른 담배 한개비 꺼내물곤 베란다로 나왔다.

한순간이지만 담배연기를 맡으니 조금은 마음이 가라 앉았다.

여편네들이란......

남잔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내란 존재는 고맙고도 참 성가신 존재였다.

 

 

 

아내는 서둘러 콜 택시부터 불렀다.

가까운 외과에 가면 되는데 왠 콜택시냐고......하고 투털댔지만

주도권은 이미 아내에게 넘겨져있었다.

아내는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산복도로를 조금 벗어나자 아주 오래된 외과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는 차를 새운 뒤 무작정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은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병원은 의외로 조용하였다.

 

 

-어떻게 오셨어요 ?

간호조무사처럼 보이는 앳띤 소녀가 상냥하게 물었다.

아내는 소녀와 몇마디 주고 받더니 이내 머쓱한 표정으로 도로 나왔다.

-왜? 

_다른데로 가보래요.

-다른데?

-성형외과로 가보래요

-그래 ?

여기서 기우면 안되나?

-얼굴이라 성형외과에서 꿰매어야 정밀하게 꿰 맬수가 있데요

-그게 뭐라고......아무데서나 꿰매면 되지.

-안그렇데요

나중에 흉터가 생기면 보기 흉하다네요.

-그런가?

성형외과에서 하면 아무래도 좋겠지만 수술비가 만만찮을 건데.

-외과에서 꿰매는 것보다는 더 들겠죠.

그래도 할 수 없잖아요. 얼굴인데 ...............

 

 

그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벌이도 시언찮은 주제에 아내에게 또 다시 신세를 지는게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는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도 없었다.

적어도 오늘만큼만은 아내의 감정을 건드리고 싶지않았다.

그나마 요즘은 가뭄에 콩나듯이 간간히 원고료며 강의료가 들어오는 바람에

어느정도 체면치례를 하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생활비를 빼고나면 관리비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살림이 빠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