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어느 노감독의 하루

어느 노 감독의 하루 / 그 네번째

커피앤레인 2006. 10. 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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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 감독의 하루 / 그 네번째

 

 

 

written by j.i.woo

 

 

 

 

 

 

 

 

그의 개봉관은 언제나 만원이었다.

불과 10여평 남짓한 허름한 선술집이었지만

그는 스스로 감독도 되고 배우도 되고 때로는 변사도 되었다.

 

 

대부분 관객들이 술에 쩌려 있었지만 그나마 다행인것은 코를 드럭드럭 골거나

싸가지 없이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인간은 한 명도 없었다.

때문에 그는 늘 의기양양했다.

취기가 오를수록 관객의 호응도 그와 비례했다.

그럴 때 마다 그는 더욱 신바람이 난 듯했다.

개런티 걱정이 없다보니 유명배우들 이름이 자주 등장했다.

대개의 경우 영화는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간혹 누군가 지루하다 못해 잡음을 넣으면 예술도 모르는 무식한 놈이라고 가차없이 욕을했다.

 

 

이미 육십이 훨 넘었지만 그의 영화의 바다는 늘 열려있었다.

그는 자주 새로운 소재를 찾아 나섰다.

신기하게도 그의 네가티브 영화를 감상한 사람은 여지껏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건 그가 단 한번도 여자를 데리고 주막에 나타나지 않은거나 비슷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영화감독이었다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항상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그러한 그도 요즘은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는지 요즘처럼 무능하다는 것을 느껴 본 일이

없다고 혼잣말처럼 자주 중얼거렸다.

늙는다는 것이 결코 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힘이 없다는 것은 의외로 외롭고 슬픈 일이었다.

마치 삐거덕 거리는 낡은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것 처럼 묘한 서글픔이 초상화마냥

따라 다녔다.


간혹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그 다음날은 곰팡이 냄새보다 더 역겨울 정도로 회한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것은 과년한 딸년조차 현관문 여는 소리에 얼굴만 삐꿈 보일뿐

에잇! 또 술먹었네 .하고 개를 끌어안고 재빨리 제방으로 들어가버리고

아내는 아프다는 핑계로 아예 얼굴조차 내밀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