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감독의 하루 / 그 여섯번째
written by j.i.woo
잠시 담배를 하나 입에 문체 바깥을 내려다보니 항구는 이미 안개로 자욱했다.
부둣가에 정박한 배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는 연거푸 담배를 태웠다.
작가에게 있어서 편안함이란 무엇일까?
마치 울타리가 없는 황량한 들판 같기도 하고 낡고 오래된 정거장 같은 친숙함 같았지만
자유란 간단한게 아니었다.
얼마간의 돈을 받고 오래동안 살았던 집을 타의에 의해 팔아넘겨야하는 현실 앞에
그는 자유를 빼앗긴 자의 수치를 비로소 이해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한평생 영화의 길을 걸으며 그가 던지고자 한 메시지는 도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하는
깊은 회의가 연기처럼 스몰스몰 기어올라왔다.
그렇다면 그가 만들고자 했던 영화란 무엇이며 그건 또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밤새 자유니 가치니 미학이니 해사면서 떠들었던게 모두 부질없는데도 그는 바보처럼 그렇게 살았단 말인가.
잠시 주춤하던 빗줄기가 다시 쏱아지려는지 이내 빗줄기가 굵어졌다.
-여보
-응
-뭘 그리 생각해요
-그냥 .....
우리 이대로 집으로 가면 안될까?
-왜요 ?
-그냥 가고싶어.
-안되요.
지금까지 참고 여기까지 왔는데 .....가긴 왜 가요?
아내는 완강했다.
광복동은 언제나 번잡했다.
산복도로와 달리 번화가라 그런지 성형외과 간판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대기실에는 이미 먼저 온 젊은 여인네들이 책을 보며 한가하게 앉아 있었다.
-어떻게 오셨나요? 간호사가 물었다.
-이마를 좀 꿰맬려는데요.
-아. 네. 그러세요.
잠시만 기다리시겠어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요 ?
아내는 걱정스러운듯이 간호사에게 물었다.
-아마도 제법 걸릴겁니다.
보시다시피 예약이 많이 밀려 있거던요
가능하면 다른데를 가보시는 게 더 나을겁니다.
-얼굴 성형수술하느라 다들 바쁜가봐요.
아내는 쫓겨나오는게 머쓱한가 보다.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
그럼 다른데로 가보지뭐 ....
두번째로 찾아간 성형외과는 12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전망이 아주 좋은지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엣칭으로 격자문양을 한 디자인이 무척 세련돼 보였다.
순간 잘 못 찾아온 것 같아 직감은 했지만 출입구를 쳐다보니 분명 성형외과임에는 틀림없었다.
실내에 들어서자 이건 마치 국제영화제 리셉션에서나 볼 수 있는 특급호텔급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여긴 아닌 것 같아요.
아내가 나직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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