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 감독의 하루 /그 여덟번째
written by j.i.woo
모퉁이를 돌아서자 바닷가에서 부터 올라온 해풍이 시내 쪽으로 한바탕 싸납게 훑고 지나갔다.
그는 약간 몸을 움추린 채 낡은 바바리 깃을 한껏 더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호주머니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천천히 물었다,
여러번 불을 댕겼지만 바람에 밀린 탓인지 불꽃은 좀처럼 일어나질 않았다.
라이트를 바바리속에 감춘채 그는 계속하여 불을 댕겼다.
겨우 불꽃을 일으켜 담배 한모금을 마시자 그나마 쌓였던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는듯 했다.
아내는 여전히 못마땅한지 자주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간첩 침쟁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며 술을 샀다.
2차로 강나루에 들어간건 기억했지만 그 다음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강나루는 예인들이 모이는 조그마한 술집이었다.
10여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이라고는 겨우 4-5개가 고작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제왕처럼 자주 큰소리로 떠들었다.
아주 기분이 좋은 날은 그는 박꽃이라는 자작곡을 즐겨불렀는데 그가 노래를 부를때는 아무도 함부로 떠들지 못했다.
그만큼 그의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하지만 노래할때만은 그는 마치 문화회관에서 성악가가 정중히 일어나 인사하듯이
그역시 스스로 일어나 청중들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했다.
그는 마치 음유시인이 자작 시를 읊는 것과 비슷했다.
오후들어 날이 많이 풀렸는지 극장가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삼삼오오 허리를 끌어안거나 팔짱을 끼고있었다.
개중에는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벅지까지 오는 미니 스카트를 입고 있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성형외과들은 수준이 거의 엇비슷했다.
가는곳마다 사정은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아내는 더 이상 거동이 불편한지 계단을 오르 내릴때마다 자주 짜증을 내었다.
-우리 어디가서 우동이라도 한 그릇 먹고 가요
-그럴까 ?
-할매 회국수집이 지금도 하려나? 뜨뜻한 국물이 먹고싶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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