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어느 노감독의 하루

어느 노 감독의 하루 / 그 아홉번째

커피앤레인 2006. 11. 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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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 감독의 하루 /그 아홉번째

written by j.i.woo

 

 

 

 

식당 안은 생각보다 더 썰렁했다.

중년여인네 몇명이 한 쪽 구석에 앉아 회국수를 먹으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이미 점심시간을 지난 탓도 있겠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한산한 느낌이 역력했다.

 

-회국수 둘 줘요

아내가 말했다. 

-여기 참 오래간만이네

 -전에는 밤에 와서 그런지

앉을 자리가 없더만 오늘은 영 그렇네.

 -아이고 요즘 경기가 어디 경깁니꺼  

-여기도 불황을 타는가 보죠  

-타다말다요.

요즘 같으면 집세도 못맞출 지경입니더 .

여인이 말했다. 

-그라믄 우야노

-그러게 말입니더

젊은 사람들은 맥도날드다 롯데리아다 하고 가버리죠.

그나마 나이든 사람들이 간혹 옛날 생각이 나서 찾아오지만

그것가지고는 입에 풀칠하기도 바빠요.

거기다가 인건비는 자꾸만 오르죠. 진짜 죽을 맛입니더.

-요즘은 어디를 가나 다들 어렵기는 마찬가지인가 봐요

-아이고 이 놈의 정권이 언제 끝날려는지,,,,,

맨날 이북에만 제다 퍼주고 이남사람들은 그냥 앉아서 굶어죽으라는 말인지

생각할수록 부아가 나요. 

-곧 좋은 세상이 오겠죠.

-좋은 세상은 안바래도 경기나 좀 살려줬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쓸데없는 소리해서 밥맛 떨어지겠다.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

-고맙습니다.

 

 

그는 뜨거운 국물부터 후루룩 한 입 삼킨 뒤 천천히 고추장을 풀었다.

아침을 그른 탓도 있겠지만 배가 많이 고팠나보다.

아내는 양은 냄비 한 그릇을 눈 깜작할 사이에 후다닥 다 해치워버렸다.

아내가 말했다.

-아무래도 젊은 의사들 한테는 안되겠지요.

변두리로 나가볼까요?

-변두리?

변두리에도 성형외과가 있으려나?

-설마 변두리라고 없겠어요.

다들 저렇게 돈을 벌려고 눈이 벌겋는데 우리 같은 노인네를 누가 거들떠 보겠어요?

-왜요? 어디 아프세요

여인이 안쓰러운 듯이 끼어들었다.

-간밤에 이 사람이 넘어지면서 이마를 다쳤어요.

 아무래도 찢어진곳을 기워야할 것 같아 성형외과를 찾았더니

뭔 놈의 병원이 제다 유방수술이다 코수술이다 상꺼풀 수술이다하면서

이 늙은이들은 사람 취급도 안합디다여

-저런 ......

그래서요.

-어쩌겠어요.다니다 다니다 여기까지 왔죠. 

-저런 쯔쯔쯔 ......

이 나라가 우찌 될려고 이러는지.

-한나절 내내 돌아다녀도 바늘 몇바늘 꿰맬때가 없으니

이런 나라가 어디있습니까 ?

-그러게 말이예요

-저거들도 애미 애비가 다 있을텐데 그 놈의 돈이 뭔지?

요즘 젊은 의사들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해요

-우짜겠어요

나라가 이 지랄이니 ..........................

요새는 애도 어른도 없어요.

-요새 어른이 어디 있어요?

-더 더러운 꼬라지 보기전에 늙으면 빨리 죽어야 할건데.

나이 드는게 이젠 점점 더 무서워져요

안아프고 그냥 갔으면 좋겠는데 ......

요즘은 자식 새끼도 겁이 나서 함부로 말을 못해요.

-그러게 말입니다. 망쪼죠. 망쪼.

아내는 그동안 참았던 울분들을 여과없이 뺃어내었다.

그런 아내 곁에서 듣기가  민망했든지 그는 괜한 헛기침만 해댔다.

-차라리 최박사한테 가볼까? 

 -최박사가 누구예요? 아는 분이예요 ?

-응. 우리 모임에 나오는 분인데 요근처 어디에서 성형외과 한다고 했지.

-어디요 ?

-용두산 공원 근처라던데  

 -그럼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

 -이런 꼴로 가기가 민망해서 그랬지.

 -왜요? 살이 찢어져서 한 바늘 꿰매러 온 것 뿐인데 그게 어땠어요?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는거지 당신이 사람을 죽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