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어느 노감독의 하루

어느 노 감독의 하루 / 그 마지막번째

커피앤레인 2006. 11. 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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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 감독의 하루 /그 마지막번째

written by j.i.woo

 

 

 

 

 

 

 

-아니 그건 아니고. 창피해서 그렇지.

-창피한줄은 아세요.

 -......

-얼른 일어나요. 최박사인지 누군지는 모르지만 한 번 가봅시다.

 

오후의 햇살 탓인지 대기실은 의외로 따스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간호사가 물었다.

- 최박사님을 좀 만나려는데요

-왜요? 혹시 아시는 분인가요 ?

-네

- 박사님과 사전에 만나기로 예약은 하셨나요 ?

-아 아닙니다 .....그냥 들렸습니다.

-그래요? 누구시라고 그럴까요

-김 감독이라고 하면 알겁니다

영화감독 .......

 -아 영화감독님이시군요.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제가 한번 여쭈어 보겠습니다.

-......

잠시후 간호사가 다시 나오더니

-곧 내려오시겠답니다. 하고는 이내 제방으로 가버렸다.

-아 네...

 

 

햇살탓인지 창틈으로 작은 멀지 알갱이들이  이리저리 흝어져 떠돌아 다니는게 무척 신기했다.

아내는 긴장이 풀린탓인지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10여분이  지나자

-아이고 감독님

어째 저희 병원을 다 찾아주시고,,,,,영광입니다.하며 최박사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허허 그렇게 됐습니다.

-뭐 별일은 없으시지요?

-네 별일이야 뭐 있겠습니까?

간밤에 술이 좀 과했는지 부딪쳤나봅니다.

이마가 조금 찢어졌다는데 나는 괜찮다고 하는데도 아내가 워낙 보채는 바람에

최박사님한테 좀 보일려고 왔습니다

-아이고 잘 왔습니다.

어디 한번 보입시다

-참 여보 인사해요.

여긴 저희 집사람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이렇게 뵙게 되어 기쁩니다.

감독님하고는 오래동안 만났지만  사모님은 오늘 첨 뵙는것 같네요

-네 잘 부탁합니다

최박사는 두 사람을 베드가 있는 병실로 안내하더니 한참동안 이마 주위를 요리저리 살폈다.

-아이고 그만하니 다행이었습니다.

조금만 아래에 부딪쳤더라면 큰 일 날뻔했습니다.

-그래요?

난 대수럽지 않게 생각했는데.

-아 아닙니다

조금만 더 내려왔더라면 수술이 많이 까다로울뻔 했습니다.

암튼 잘 오셨습니다.  곧 수술 준비할테니 여기 누우십시오

간호사가 수술기구를 준비하는동안  아내는 하루종일 외과에 갔다가 성형외과에 갔다온 이야기를

쫑알쫑알대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잘 부탁한다 며 거듭 읖조렸다.

-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성형외과는 대부분 얼굴같은 그런 곳만 전문적으로 다루다보니

아무래도 섬세하고 조밀한 편입니다만 요즘 젊은 의사들은 이런 수술은 잘 안하려고 할겁니다.

돈도 돈이지만 우리가 공부할 때하고는 전혀 다릅니다.

-그렇겠죠.

국부마취가 끝나자 의사는 덕지덕지 붙은 흉터자국을 완전히 다 딱아내라며 한번 더 지시를 했다.

그러고는 이내 올을 고르듯이 하나 하나 정성 것 기워나갔다.

바느질을 하는동안 마취에 취했는지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수술은 생각보다 더 오래 걸렸다.

이따금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수술 내내 묵주를 돌리고 있었다.

 

 

얼마큼 시간이 지났을까........................

의사는 비로소 손을 털고 일어서더니

- 다됐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는 일어나자 마자 고무장갑을 벗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아주 잘됐습니다

이젠 안심해도 됩니다 하고 의사가 말했다. 

아내는 연신 허리를 구브렸다.

아내가 떠난 건 그로부터 체 일년이 되지않았다.

처음엔 단순한 피부병인줄 알았는데 대상포진과는 또다른 희귀병이라고 했다.

아내는 한동안 베드에 눕지도 앉지도 못했다.

얼굴을 제외하고 전신이 두드러기 같은게 일어났다.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신부님이랑 자매들이 찾아왔지만 면회는 극히 제한된 사람만 허락되었다.

아내가 떠나는 밤에도 그는 울지않았다.

운구가 성당 문을 나서는 순간 그는 비로소 이별은 참 슬픈 영화야......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