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233/ 수세미를 팔아서도 사는데

커피앤레인 2006. 11. 29. 10:32

 

19960

 

수세미를 팔아서라도 사는데

 

 

 

 

 

 

프라나타스 잎과 은행나무 잎들이 어지럽게 흝어져있는 가을 길은

언제나 이만희 감독의 만추를 기억하게했다.

요며칠은 청소부도 잘 눈에 띄이지않았다.

너무 이른시각인가. 빌딩 안은 여전히 깜깜했다.

먼저.난로 불부터 켰다.빠알간 불꽃이 그나마 기분을 훈훈하게 했다.

조그만한 불꽃이지만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사람을 풍요롭게도 하고 가난하게도 했다.

 

작년 이맘 때도 카렌다 한 장만 겨우 남았더니만 올해도 별수없이 마지막 한 장이 가는 세월을 알리었다.

어차피 가는 세월, 낸들 어쩔 수 없지만 오는 세월만이라도 뭔가 하나쯤 희망을 걸어야 할텐데

대통령부터 벼랑 끝에 서 있는지 영 기분이 꿀꿀했다.

하긴, 애초부터 사필귀정인지도 모른다.

총칼을 들이대고서라도 대통령을 해야하겠다는 사람과

중학교부터 미래의 대통령이라고 써붙인 사람이나

3수를 해서라도 우짜든지 대통령을 해야하는 하겠다는 사람하고는

근본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달랐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하늘의 점지인지?시대의 흐름인지 ?아니면 타고난 운명인지는 모르지만

노통만큼 풍운아도 그리 많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독특한 파도를 일으켰다. 그게 그의 성향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는 권력지향적인 인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성공지향적인 인물이라해야 더 적합한 평가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이젠 오르고 싶어도 더 오를 곳 조차 없는 그로서는 모든게

짐스러울지도 모른다.

해서, 어젠 임기를 다 안채울수 있다는 묘한 뉘앙스를 남겼나..............?

아마도 그의 성향으로 봐서는 그러고도 충분히 남을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일개 필부도 그렇고 아낙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말을 안해서 그렇지 살다보면 모든걸 다 내던지고 싶을때가 어디 한두번이었든가?

그렇다고 모두 다 그만두지는 않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건 비겁한 짓이었고 무책임한 짓이기 때문이었다.

 

그건 이 놈도 마찬가지였다. 막다른 코너에 몰릴때마다 정말 이렇게 살아서 뭐하노하고

그만 죽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한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럴때마다 이상하리만치 내 눈앞에 두 다리가 없거나 두 팔이 없거나 눈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도 사는데...................하고 나타났다.

선천적으로 신체 일부가 기형적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한평생 거기에 굴하지 않고 시장바닥에 앉아 수세미 장사라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이 놈은 아직도 호강에 받쳐 요강에 똥사는구나 하는 생각에 내마음을 다시 추스리곤 했는데.........

 

 

 

인간이란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어려움도 있고 고통도 있게 마련이었다.

그것이 먼저 오느냐 뒤에 오느냐 하는 순서의 차이일 뿐

어려움이 없거나 고민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해서 다윗은 오히려 고난이 내게 유익이라했는지 모르지만 .....................

우리는 지나나나 쥐뿔도 갖고온 것도 없으면서 교만만 가득한지

스스로 자기 눈을 자기가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