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253/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남긴 흔적들

커피앤레인 2006. 12. 17. 17:32

 

 

 

내가 어렸을때는 국민교육훈장이란게 있었다.

지금은 거의 다 까먹었지만 그래도 첫 몇 소절은  아직도 아름아름했다.

간혹 술이라도 한 잔 들어가면

우리는 민족중흥을 위하여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해사면서

지혼자 씨부렁거렸다.

그라믄  옆에 있는 놈들도 덩달아 씨부렁거렸는

어느날은 술이 좀 과했나보다.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면서 하나님요 내가 역사적 사명을 띄고

섹스를 하려고 이땅에 태어난건 아닐테고 ..................

난 도대체 뭐하려고 이 땅에 태어났습니까?하고 또 중얼중얼했다.

 

 

아무튼 집을 지을때마다 역사적 사명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엉터리로 짓자는 말자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해서, 하찮은 문고리 하나라도 내 손으로 직접 골랐다.

 그런 집념 때문인지? 우직함 때문인지 돈은 못벌었지만

집에 비가 샙니더 ........

뭔 집을 요따위로 지었능교........

전기코드는 어데다 삶아먹었습니꺼.........하고 

여지껏 불평 한번 들어본일도 없었다.

(오히려 집을 이렇게 지어줄줄 몰랐습니다............하고

보너스는 여러번 받았지만 꼼보 점순이는

내 마음알지예...........하고 배 한상자라도 차에 실어보냈다)

 

간혹 한 두번 타인에 의하여 사소한 일이 발생한 일도 있었지만

그럴땐 화를 내기보다 원인이 뭔지 자초지종을 살핀다음

그 파트의 책임자나 사장을 불러 24시간 내에 조치를 해주도록했다.

이 놈이 그렇게 하는데는 ㅡ돈 보다는 명예가 더 중요했다.

적어도 내가 짓는 집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자부심과

아름다운 집을 짓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기때문에 

앞서 얘기했듯이 문고리 하나.등하나라도 그냥 사는 법이 없었다.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했듯이

이 바닥에서는 제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도장을 콱콱 찍고

계약금이라도 받아야 비로소 이게 진짜 하는가베.....하고 한숨을 돌렸다.

한데,요즘은 다들 무슨 날궂이라도 하는지 하는 놈마다

쪼매만 기다리이소이. 내 틀림없이 할낍니더 했지만  

오래 전주는 놈치고 믿을 놈은 거의없었다.